2월 7일 오전. 10시 40분경. 눈이 내렸다. 몇 해만의 눈이던가! 전국에 눈 예보가 있던 때도 조용하던 남쪽이었다. 한동안 계속될 것처럼 함박눈이 쏟아졌다. 이곳 아이들에겐 눈사람, 눈싸움 같은 것은 정말 그림 같은 존재라 너무 낯설고 설레는 순간이었다.
바람결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세차게 눈이 내렸다. 눈송이들은 온 공간을 뒤덮을 듯 기세등등하게 금세 바닥을 덮었다.
"선생님! 저것 봐요!"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나를 계속 부른다.(얘들아, 노안이지만 나도 다 보이거든;;;)
그냥 보고만 지나치기엔 어떤 원망을 들을까 싶어 "나가자!" 했다.
아이들은 난생처음 만난 눈처럼 운동장을 누볐다. 웃고 떠들고 환호하며 채 쌓이기도 전인 눈들을 끌어모아 눈덩이를 만들었다. 온통 흙이 묻은 눈덩이로 눈싸움을 하며 손바닥에 작은 눈사람을 올려놓는 아이들.
"나중에 좀 더 쌓이면 눈 싸움하자. 꽤 쌓일 것 같은 눈이야. 그지?"
다른 반 아이들이 계속 밖으로 나오고, 너무 추워서 이제 들어가자고 하며 제안했다. 사계절을 넉넉히 버티는 슬리퍼의 앞 트임에 제법 발이 시려보는 날이었다.
곧 햇빛이 나왔다. 사르륵. 언제 그랬냐는 듯 셔벗 같은 얼음들이 사라져 버렸다. 마술같이. 감쪽같이.
한 겨울의 꿈같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