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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솔 Apr 11. 2017

유혹

그건 유혹이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미세먼지는 봄 바람에 날려가고 시계가 좋았다.

앞산 뒤산 눈에 보이는 곳은 봄의 향연이 육혹을 한다.

이렇게 일만 하면 될까?

먼지 묻은 가방에서 사진기를 끄집어 냈다.

충전상태를 확인하고 길을 나선다.

클로버, 자운영, 유채, 민들레 등 봄 꽃들이 늙어가고 있다.


잿빛 마른 풀잎 사이에 돋아나는 초록의 합창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햇빛은 따스한 미소를 푸석푸석한 흙 알갱이에 심어주고

산벚나무 새순이 오르는 산하는 연둣빛으로 눈물을 흘린다.

누가 뭐랬나.

이 봄에 죽어도 한이 없겠다고.

나만 고이 간직하고 싶었지만 포르릉 구구구 새들도 짝을 찾아 연모의 노래를 부른다.


금산 골에서 내려온 시냇물이 비단처럼 감기는 소리로 귀를 간지린다.

투명한 바닥이 들여다 보이는 개울물에 발이라도 담그렴만.


둘려쳐진 돌담사이로 나직이 엎드런 촌 집은 봄 소리만 자리하고 있다.

바람결에 차들의 속도에

벚꽃은 꽃비를 흩날리며 짙어지는 봄을 아쉬워 한다.

하지만 꽃진 자리가 더 예쁘다.


먼 산 봄의 유희에 유혹되어 걷다

진한 비린내에 고개를 돌리니 유채밭이다.

이십대 초 이런 봄 날 아가씨와 만남을 앞두고 가슴 두근거리는 마음을 

이 유채밭에서 되감아 본다.




나 혼자만 고이 간직하기에는 몸살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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