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싫어지기 전에 써라
3.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어떤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고, 곧장 책상으로 달려가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글을 쓰기 시작해 버린 것이다.
-알라딘 eBook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중에서
이 책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이렇게까지 유명한 책인지 몰랐다.
작년 8월 글을 본격적으로 써보려고 마음먹은 후 공부가 부족한 것 같아 경기도 사이버 도서관에서 '인문-글쓰기' 분야의 책을 모두 빌렸다.
그 결과 좋은 책과 그저 그런 책, 좋지 않은 책, 내 취향이 아닌 책, 그리고 너무 오래된 책들을 만났는데,
그중 이 책은 처음부터 좋았다.
초판 1쇄가 2000년 6월 20일이니 출판된 지 25년이나 되었는데, 실용서적이면서도 여전히 좋은 책이라는 사실이 다시 생각해도 멋지다.
당시 나는 글쓰기를 막 시작했기 때문에, 작가가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글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이 제시한 방법들은 아주 훌륭해 보였다.
대표적인 건 글감노트를 만드는 방법이었는데 친절하게도 글감의 주제까지 몇 개 정해주었다.
몇 개 소개해보자면
1.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빛의 성질에 대해 써보자.
2. 기억이 난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보자.
3.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아주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골라서 아주 사랑하는 것처럼 글을 써보라.
이 책에는 총 14개의 문제가 제시되어 있었는데, 나는 아침마다 그중 두 개를 골라 글을 썼다. 이 시간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만큼 정말 좋았다
그다음 목차는 '글이 안 써질 때도 글을 쓰는 법'이이다.
나는 초심자의 행운 덕분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글이 막히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메모해 둔 내용을 지난달에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다. 예를 들면...
1.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일주일 후 작품을 보여 주겠다고 약속해라.
2. 글을 쓰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글을 쓰라.
나는 이 중에 글을 쓰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글을 쓰기 시작하라 라는 조언이 정말 맘에 들었다.
이것은 내가 꾸준히 지켜오는 루틴이 되었다
그 외에도 ‘편집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라 (글을 쓸 때만큼은 자기 검열을 하지 마라)’거나,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그리고
‘그냥 꽃이라고 말하지 마라 (은방울꽃, 할미꽃, 개양귀비 등 꽃에도 다 고유의 이름이 있다)’는 부분도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알게 된 이후로 나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꺼내 읽는다. 그럴 때마다 전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글쓰기 지혜를 얻게 된다. 분명 예전에도 그 문장을 읽었겠지만, 그때에는 나에게 도달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새로운 편지를 받는 것처럼 때마다 다가온다.
책을 펼칠 때마다 다른 조언들을 발견하고, 그때마다 돛에 부는 바람처럼 나의 글쓰기를 힘차게 밀어주는 순풍을 맞이할 수 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조언을 발견하게 될까.
발견할 이야기가 너무 많고, 글을 배우면서 계속 다른 선생들이 한결같이 추천 책 목록에 이 책을 넣는 것을 보면, 몇 년간은 이 책은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이번 달에도 나는 이 책을 폈다. 그리고 몇 가지 새로운 조언을 발견했다.
내가 발견한 조언을 적당히 축약해 여기에 소개하겠다.
1. 글을 짜내지 말 것
2. 그렇다고 글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말 것
3. 적당히 문을 열어두었다가 글감이 오면 바로 낚아챌 것
4. 글을 불러들이는 활동을 해볼 것 (화장실 갈 때 휴대폰을 방에 두고 갈 것)
마지막으로 오늘 이 서평을 쓰면서 책을 다시 펼쳤을 때 나에게 다가온 문장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그러므로 작품은 그냥 글을 쓰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글쓰기는 다른 작가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절대 질투심이 자리 잡아서는 안 된다. 만약 누군가가 대단한 작품을 썼다면, 그가 작품을 통해 세상을 좀 더 명료하게 만들어 준 것에 대해 당신은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알라딘 eBook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중에서
하마터면 질투를 이틀 이상 가지고 있을 뻔했는데 나탈리 골드버그 선생님 덕분에 24시간 안에 질투라는 감정을 지워버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