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2024. 4. 11. 목]
친구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쓰고,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하느라 잠 못 드는 밤이 있다. 누군가는 ‘왜 저래?’라고 지나칠 마음을 머리맡까지 데리고 와서는 잠이 들 때까지 들여다본다. 한참을 뒤척이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는 상대의 마음은 슬그머니 미뤄두고 뒤늦게 잠을 청해 본다.
스스로 예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이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상대가 마음에 걸리는 말을 해도 ‘오늘 내가 좀 예민한가 보다’하고 넘기려 한다. 예민하다는 것, 사전적 정의로는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이다. 사람들은 예민함을 달가운 감정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예민하게 왜 그래’, ‘너 좀 예민한 것 같아' 등의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움츠려든다.
예민하다는 건 과연 나쁜 걸까. 자극에 대해 날카롭게 느끼지만, 사람들에게 날카롭게 굴지는 않는다. 그저 다른 사람보다 날카롭게 무언가를 느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