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못하는 나는 가끔 백종원 선생님을 모셔 와 음식을 만들 때가 있다. 어느 날은 떡볶이, 날이 추운 날은 어묵탕, 김치찌개 등 다양한 종류를 시도해 보았다. 대부분의 요리는 한 번 만들고는 역시 사 먹는 게 더 편하다고 결론이 난다. 그 덕에 나는 아직 변변찮은 레시피 하나 없다. 원하면 언제든 찾아오는 백종원 선생님이 있으니 걱정 없다. 그런데도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하는 단 한 가지. 커피다. 커피숍에서 사 마시는 커피도 너무 좋다. 드드륵 소리와 함께 커피가 추출되면 사방에 퍼지는 커피 향, 핸드드립으로 먹을 때 쑤욱하고 올라오는 커피 거품, 에스프레소 외엔 모든 커피를 좋아한다. 늦은 오후만 아니면 커피를 마신다고 수면에 방해도 받지 않는다. 커피 때문이 아니라도 잠은 어느 날은 잘 자고, 또 어느 날은 못 자니.
여유가 있는 날에는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아 우리 집에는 자그마한 커피머신이 있으니 내려 마시는 게 아니라 뽑아 먹는다. 원하는 캡슐을 한참이나 고른다. 내 취향에 맞춰 산 건데도 그날 기분에 따라서 마시고 싶은 커피가 달라진다. 신중하게 하나를 고른 후 커피를 내린다. 집에서 커피를 마실 땐 품이 더 든다. 우선 나는 아이스를 좋아하니까 냉동실에서 큰 얼음을 꺼내 담고, 그 사이 머신을 한 번 청소하고 깨끗한 상태에서 커피를 추출한다. 커피를 내리는 동안에 고민한다. 우유를 조금 섞을까, 그냥 마실까? 대부분 그냥 마시는 쪽을 택하는데 오늘은 어쩐지 라테가 마시고 싶었다.
적은 양의 커피를 추출해서 우유를 조금씩 붓는다. 커피 만들 때도 레시피는 없어서 언제나 눈대중이다. 색을 보고 '이쯤 하면 되겠지' 할 때까지 붓는다. 오늘의 커피는 싱겁다. 밍밍한 커피는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만들었으니 어쩐지 고소해'하면서 마신다. 커피숍에서 마시는 가끔 커피가 싱거울 때면 한 입 두 입 마실 때마다 '오늘 커피 별로네'하는데 내가 만든 커피는 싱거우면 '고소하다' 생각하면서 마시고, 쓰면 '얼음이 좀 녹으면 딱 이겠네'하고 마신다. 내가 만든 커피는 언제나 실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