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번째 이야기 [2024. 4. 16. 화]
한동안 회사의 대표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급기야 어제는 사소한 걸로 짜증을 버럭 냈다. 후에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유를 말했지만, 감정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최근 회사 매출이 오르지 않는 것은 물론, 계속 적자를 기록한다는 것. 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는데 병간호할 시간을 줄여가며 회사에 오는데 적자가 나니 답답하다는 거였다. 대표는 상주하는 것은 아니고, 미팅이 있을 때만 출근하는데 미팅을 한다고 해서 모든 계약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니 답답했나 보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사람이 거칠어진다는데 지금 대표의 모습이 그러하다. 본인도 알지만, 감정적으로 욱하는 게 하나둘 생긴다고 한다. 적자를 기록한 지 3개월쯤 됐다고 한다. 이후로도 새로운 계약이 없으니 ‘사업체를 계속 운영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최근 대표가 붕 뜬 것 같은 느낌을 여러 번 받았는데 이미 마음이 뜬 것 같은데, ‘빨리 정리하는 게 이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속으로만 했다. 정리한다고 해도 얼마간은 운영 중인 사안을 마무리하고, 사람들에게도 고지하려면 2~3개월은 걸릴 텐데 싶었다. 지금은 정리해야 하지 싶다가도 한 두 군데만 더 계약하면 ‘다시 해볼까?’하고 마음을 돌릴지 모를 일이다.
대표의 태도가 오락가락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나 역시 고민했다. 당장 그만두는 것이 답은 아니라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 했는데, 회사를 접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그건 의외였다. 운영상의 어려움은 알고 있었다. 새로운 거래처가 없으니 모를 수 없었다. 천천히지만, 올 하반기까지 목표한 바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용주와 고용인은 역시 입장이 다른가 보다. 나에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은 대표는 홀가분해 보였고, 반대로 나는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