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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현 Jul 29. 2018

결혼과 출산이 유난히 힘겨울 개인주의자에게

임경선,  <엄마와 연애할 때>

어떤 엄마들은 배냇저고리부터 매해 아이가 가장 잘 입던 옷까지 차곡차곡 간직하고, 어떤 엄마들은 육아 일기를 쓰거나 영상과 사진을 모은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못하는 나는 대신 책을 썼다. (중략) 
나는 아이에게 ‘너는 이런 아이였단다’라며 기억하지 못 하는 유아기나 유년기의 일들을 알려주기보다는 ‘나는 이런 엄마였고 여자였고 사람이었어’라며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여러모로 불완전했지만 그것이  너를 낳은 사람이고, 너를 낳고 키우는 일은 처음이라 힘들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즐겁게 하려고 했다고. 덕분에 꽤 행복했다고. 


 

1. 작가 소개 

사람 중에는 이 사람에게 물어보면 다 알 것 같아서, 자꾸 뭔가를 물어보게 되고 고민을 풀어놓고 싶은 사람이 있다. 맘대로 요약하자면 임경선은 그런 사람이다. 내가 여자였고, 결혼했다면, 임신했다면, 이 작가에게 이야기할 것이 10가지는 있을 것 같달까. 

실제로 그녀는 라디오나 칼럼 등 여러 채널에서 상담 코너를 진행했다. 1972년생, 물병자리에 AB형인 그녀는 5살 때부터 17살 때까지의 유년 시절을 일본, 미국, 포르투칼, 브라질 등 남미와 유럽 등지를 옮겨 다니며 살면서 무국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자아를 형성했다고 한다. 


 

2. 책 소개 

‘아내’ 혹은 ‘엄마’라는 단어는 너무나 쉽게 여자나 사람이라는 단어를 덮어왔던 것 같다. 개인주의자로 살고자 하는 많은 사람의 멘토 혹은 선구자(?)이기도 한 그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엄마는 처음이라... 당황하며 엄마라는 역할에 매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의 태도는 단호해 보인다. 억척스럽단 생각까지 들었는데, 그건 아이에 대한 애정을 표현을 꾹 참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아이에 대해, 자신의 딸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에 대해, 그 넘치는 애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죽겠지만, 꾹 참는 느낌이었다. 아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비중으로 따지면 딱 1/4인 것 같다. 프리랜서인 작가가 더 함께 놀고 싶은 아이를 두고 노트북 앞에 앉을 때의 마음, 떨어지기 싫어하는 딸을 어린이집에 두고 돌아서야 했던 단호함이 책의 구성에서도 드러났다. 이 책은 그 나머지 3/4을 ‘작가와 그녀의 엄마’, ‘작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균형 있게 다룬다. 


책에서 작가는 결혼하고 임신을 하더라도, 작가 본인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딸에게 예쁘다고 말해주기보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매진하여, 그것이 비록 작고 보잘것없는 정원 가꾸기일지라도, 그렇게 가꾼 정원에서 딸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처럼. 작가 역시 그렇게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은 이렇게 했고, 이렇게 하니 좀 괜찮더라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작가와 딸 윤서에 대한 이야기는 1/4에서 조금 차고 넘친다. 그리고 책의 말미에 다다라서야 ‘사진첩’이라는 소제목으로 윤서의 사진이 몇 장 나온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좋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아무렇게나 찍은 사진과 문장도 함께. 이곳에서 비로소 애정이 넘친다. 여기서 또 한 번 작가 임경선 역시 또 하나의 어쩔 수 없는 엄마라는 것. 그리고 이것이 임경선이라는 개인주의자가 자신의 딸에게 주고 싶은 사랑의 방식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 책은 훗날 내 나이가 되어 있을 그녀를 위해 썼다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딸아이가 나중에 아이를 낳을지 안 낳을지는 그녀의 자유지만 지금의 내가 이 나이가 되어 비로소 과거의 엄마를 제대로 돌아보는 것처럼, 세월이 한참 흘러 아이가 지금의 나와 엇비슷한 나이가 돼서 나의 마음을 슬그머니 엿볼 수 있다면 좋겠다. (중략) 
엄마가 돌아가신 후 가장 못 견디게 힘들었던 것은 더 이상 엄마와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도 못했고, 묻고 싶은 것을 다 묻지도 못했다. 그녀가 내 나이였을 때 어떤 꿈과 희망이 있었는지, 어떤 체념과 지옥을 겪었는지 별로 아는 것도 없이 우리는 이별하고 말았다. 원체 타고나길 말수가 적으니 수다스러운 엄마가 되기는 글러 먹었지만 그래도 딸과의 시간이 소중하고 유한함을 알기에 이렇게 책으로나마 내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3. 한 줄 평 

이 책 읽으면 자꾸 울 엄마 보고 싶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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