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현 Mar 12. 2020

노 페널티 에어리어(3)

실패가 두려운 나에게

다시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물에 빠지지 않아서 바싹 마른 머리부터 일부러 물에 담갔다.

"상어는 없나요?"

처음 서핑 강습을 받은 날 이론 강습을 마치고 바다로 나가기 직전에 질문 없냐기에 내가 했던 질문이었다. 강사는 웃으며 있다고 했고, 다른 강습생은 모두 꺄르륵 웃었다. 


조금씩 보드에서 몸을 앞으로 옮겼다. 좀 많다 싶을 정도였지만, 수치로는 한 뼘 정도였다. 마침 파도가 오고 있었고 내가 타도 되는 파도 같아 보였다. 뒤를 힐끗힐끗 보면서 파도 속도를 최대한 맞추어 패들링 했다. 몸이 약간 앞으로 기우는 것 같았고 얼른 보드에 손을 짚고 상체를 일으켰다. 하지만 내 상체가 들리기 전에 보드가 쭈욱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노즈가 물로 파고들었고, 나는 보드와 함께 물구나무섰다가 메쳐졌다.


기껏해야 한 뼘만큼 앞으로 이동했는데, 결과가 이렇게나 차이 났다. 땅 위에서 이랬다면 다쳤을 것 같지만, 보드에서 떨어진 내가 다치지 않도록 물이 나를 감싸 안는 것 같았다. 몸은 바닥에 닿기도 전에 다시 떠올랐고 보드는 언제나 손을 뻗으면 닿는 거리에서 더 멀어지지 않았다. 좀 세게 실패했는데, 생각보다 아프지도 짜지도 않았다. 이런 실패는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파도타기는 익스트림 스포츠인 것 같기도 하고, 힐링 같기도 했다. 둘 다 맞는 것 같았다. 나는 익스트림과 힐링 사이에 적당한 지점을 찾아 눕기 위해, 계속 패들링 하며 돌아다녔다. 


사진 출처 : 직접 촬영



매거진의 이전글 노 페널티 에어리어(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