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대한 동경심이 있었다. 여행으로 가기에는 큰 결심이 필요한 먼 곳인데다 짧게 다녀오기에는 너무 아쉬울 것 같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단 유럽엘 가면 기본적으로 여러 나라들을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전도여행으로 유럽을 가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처음 간 유럽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한 3개국이었다.
하필 겨울방학기간이라 유럽도 무척 추웠던 기억이 난다. 북유럽의 겨울은 오후 4시가 되면 어둑어둑해지더니 그 밤은 참 길고도 길었다. 여행의 시작은 스웨덴 레스테나스라는 곳에서 오래된 볼보 승용차를 빌려서 시작하게 됐다. 스웨덴 사람들은 자국의 볼보 자동차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당시 스웨덴의 겨울은 영하 20도는 가뿐하게 넘어설 정도로 추웠다. 야외에서 숨을 쉴 때마다 콧 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행일정은 만만치 않았다. 하루에 보통 이동시간이 적어도 5시간은 넘었고 많게는 12시간씩 이동하기도 했다. 그래서 매일의 숙소가 달랐다. 왜 그렇게 일정을 빡빡하게 짰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우리는 스웨덴에서 노르웨이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본 피요르드는 참 아름다웠다. 스칸디나비아 북쪽 지역으로 갈수록 날씨는 더 추워졌다. 산타클로스의 고향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의 로바니에미도 가보고 온 도시가 눈으로 덮인 핀란드의 쿠오피오도 방문했다. 여행하는 동안 항상 추웠기 때문에 따뜻한 온돌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가고 있었다.
하얀 눈 밖에는 기억에 남지 않은 도시, 핀란드의 쿠오피오에서 독특한 경험을 했다. 핀란드는 수오미라고 더 많이 부르는데 수오미인들은 우리처럼 사우나를 즐긴다. 우리와 다른 점은 사우나 시설이 가정집에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머문 숙소에도 외곽에 사우나가 있었는데 현지인 젊은 친구 죠셉의 안내로 함께 사우나를 할 수 있었다. 어떤 조명시설도 없이 오직 달빛만 비치는 뜨거운 사우나에서 땀을 뺀 뒤 몸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야외로 나가 하얀 눈밭을 뒹굴었다. 처음에 죠셉이 롤링 스노우를 하자고 하길래 농담하는 줄 알았다.
어둠 속 맨몸의 눈밭구르기는 죠셉 말에 의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사우나와 함께 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날은 그동안 쌓인 여독을 풀고 푹 잠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