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포기하는 심정

강제적인 포기

by 서규원

한때 모바일 야구 게임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재밌는 게임도 아니었는데 선수 카드 모으는 재미에 오랜 기간동안 했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의 희귀 카드를 뽑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나름의 게임을 지키는 원칙 때문이었는데 그 원칙 중 대표적인 것이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선수카드를 뽑는 것도 매일 주어지는 미션을 수행해서 생긴 게임 머니를 썼고 기존에 모은 카드들을 재료로 합성해서 꼭 필요한 카드를 만들어서 게임을 즐겼다. 그래서 그런지 내 랭킹은 늘 중간보다 약간 높은 정도였고 어쩌다 상위레벨로 올라가면 바로 강등당했다. 그래도 천천히 전력이 강화되는 것에 소소한 기쁨을 누리면서 대략 4-5년을 했던 것 같다.



얼마나 그 게임을 틈틈이 했었는지 가족들과 있을 때도 했고 이동 중에도 늘 했었고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보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처가 식구들과 식사중에도 몰래 했었는데 나는 당연히 안 들켰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나중에 장인어른이 아내에게 내가 게임을 하는지 물어보셨다고 한다.



나는 당시에는 영원히 내 팀을 점점 키워가며 언젠가는 레전드까지 올라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포기할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계정을 세개 더 만들어서 총 네개의 팀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븍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다. 그 게임을 만든 엔타즈라는 회사가 개발을 중지하고 그 게임을 인수할 업체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인수를 원하는 적당한 업체를 못 찾아서 서비스가 중지되고 말았다. 당시 내가 속한 길드의 회원들도 다들 허탈해 했고 비슷한 유형의 다른 게임을 실행해봐도 영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결국 내 의도와 달리 강제로 포기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라도 포기된 것을 참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그 게임의 이름의 '나는 야구 감독이다' 였다.




Photo by Clem Onojeghu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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