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급함을 느끼는가

중요한 일이라서 그렇다

by 서규원

나는 학교 다닐 때, 숙제를 미리 했던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발표 준비 역시 미리 해놓은 기억이 별로 없다. 독서모임에서 제출하는 서평도 마감시간보다 앞서서 여유있게 냈던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시간에 대한 압박은 고도의 집중력이 생기게도 하지만 때로는 포기해 버리도록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학교 다닐 때 가끔 숙제를 안해가기도 했던 이유가 너무 숙제를 늦게 시작해서 그런 것 같다. 특히 내가 힘들어했던 숙제는 미술 숙제였는데, 미술숙제는 항상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여유를 갖고 시작하려 해봐도 뭔가 작업에 들어가기까지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었다. 다행인 것은 어렸을 때는 그런 미술 숙제들을 도와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는 것이다. 형은 그림의 주제에 맞는 아이디어들을 많이 알려줬고, 때로는 아주 구체적인 예까지 들어줘서 나의 마음을 가볍게 해줬다. 가끔 집 근처 사는 친구는 내가 어설프게 해놓은 채색을 더욱 높은 수준으로 올려주었다. 임박해오는 시간에 조급해하고 있을 때,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건네 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일을 늦게 시작하더라도 뭔가 계산이 서는 일, 즉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에는 조급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일은 시간 조율이 가능하고, 그게 불가능한 일은 애초에 그 때에 맞춰서 일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조급함은 어쩌면 남아있는 시간의 길이와 상관없이 어떤 일을 내가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능력과 관계없이 예상과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느끼게 될 때도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능력이 부족한 것과 예상을 벗어나 발생한 일에 대해 느끼는 조급함을 통틀어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내게 조급한 마음은 스트레스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많은 일들이 내 능력으로 감당되지 않고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 일터에서 발생하는 일들도 그렇고, 가정에서 생기는 일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경우는 많이 발생한다. 대개가 내가 가치있다고 여기는 것들이라 조급한 마음 갖지 않으려고 무시하려 한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 켈리 맥고니걸의 [스트레스의 힘]에서도 나오듯이 우리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많은 일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일들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외면하고 피하기보다는 그냥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들의 도움도 기꺼이 받으면서 하나씩 헤쳐나가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조급한 마음을 느끼는 일이 있다면, 내 생각에는 그 일이 나에게 중요한 일이라는 하나의 증거인 것 같다.






Photo by Elijah O'Donnel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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