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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오해하고 있었다

글로벌 인재가 되길 원한다면 꼭 읽어야 할 책

by 서규원

내가 태어난 1980년대의 대한민국의 사진을 찾아보면 지금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에 놀라곤 한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자란 당시의 서울 봉천동은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 생각해보면 비슷한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어릴 적 집 앞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면 내 기억 속에만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 어머니께서 여전히 그 집에 살고 계셔서 자주 가는 그 동네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우리나라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성장한 세대다. 내 기억에 우리 집에는 14인치 정도 되는 브라운관을 가진 흑백 텔레비전이 있었는데, 여느 전자제품들처럼 접촉오류가 있어서인지 손바닥으로 몇 번 때려줘야 화면이 나오곤 했었다. 리모콘은 없었고, 손으로 다이얼을 돌려서 채널을 바꿀 수 있었다. 내가 살던 예전 집은 반지하 단칸방에 부엌이 있었고, 화장실은 여러 세대가 함께 쓰는 공용화장실로 건물 밖에 따로 있었다. 그리고 우리 동네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처지가 비슷했었다.



내 기억으로 대한민국이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동안 우리 가정의 상황도 전보다는 괜찮아지고 있었다. 흑백 텔레비전이 컬러 텔레비전으로 바뀌고, 그 전에는 없던 비디오도 생겼으며 일제 필름 카메라도 갖게 되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어머니도 경제활동을 하시게 되면서 부터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부터 우리집은 슈퍼마켓을 하게 되었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동네에서 꽤 장사가 잘되었다고 한다. 나는 9살 때부터 가게에 앉아 손님들이 물건을 사면 계산해주는 일을 도왔고, 잠깐이라도 어머니께서 가사일을 하시거나 할 때 가게를 지키고 있어야 했다. 아마도 10년 정도는, 어쩌면 더 오래 슈퍼마켓을 했던 것 같다. 덕분에 형과 나는 학원도 다니고 과외도 받으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게임기, 컴퓨터, 휴대전화 등 더욱 다양한 전자제품들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내 삶으로 생활여건이 매우 빠르게 발전해왔음을 느꼈고, 당시 우리나라가 그런 발전과정에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다른 나라는 발전하지 않았을 거라고 믿어왔던 것 같다. 특히 과거에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했던 나라들이 여전히 가난 가운데 살면서 내가 누려온 혜택들이 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내 인식 속의 많은 아프리카 대륙의 나라들과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은 가난하다는 편견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의 책 [팩트풀니스]는 내가 얼마나 세상을 오해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해준 책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궁금증이 생기면서 희망을 갖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보들은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되며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것들인데 나는 이 내용들이 너무나 신선하고 놀라운 것들이었다. 그리고 세상이 생각보다 극도로 나쁜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특히나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대한 체계적인 오해를 깨닫게 되었으며 그 곳에서 많은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준 책이다. 나는 저자와 같이 가능성 옹호론자다. 그는 이 책에서 자기 자신을 아주 진지한 가능성 옹호론자라고 소개했다. (100p)


이유 없이 희망을 갖거나 이유 없이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끊임없이 저항하는 사람을 뜻한다 - 한스 로슬링, 팩트풀니스 100p.


나는 그가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모잠비크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에 앞서 그가 자신의 실수를 반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의 여성지도자들이 모인 학술회의에서 사람들이(아마도 스웨덴같은 서양 사람들) 아프리카 사람들이 건설할 새로운 고속열차를 타고 아프리카를 여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냥 들으면 아프리카의 발전을 바라는 말 같지만 이 말이 전형적인 유럽식 사고방식이었다. 그는 반성하기를 올바른 아프리카의 비전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유럽에 가서 유럽사람들이 건설한 고속열차를 타고 그곳을 여행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것을 깨우쳐 준 사람이 아프리카 연합의 사무국장인 은코사자나 들라미니주마였고 그는 시간은 걸리겠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이 원치 않는 난민이 아닌 관광객으로 환영받게 될 거라고 이야기하였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성장과 발전이 우리나라만의 혜택이 아니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이 세상을 객관적이고 바르게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장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나라는 유럽이나 아메리카 대륙이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에서는 특히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케냐, 가나같은 나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많은 소비를 하고 있는 나라들이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오히려 너무 가난해서 그동안 어떤 소비활동도 하지 못했던 나라의 경우가 더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질병과 관련하여 의약품 판매의 경우만 하더라도 고가의 약품을 서양의 고객들에게 판매할 목적으로 개발하기보다는 중저소득 국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이미 보유한 제품을 보다 합리적으로 싸게 판매한다면 충성된 고객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을뿐더러 어마어마하게 큰 시장을 확보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번 확보된 이 고객들은 변심할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스 로슬링 외, 팩트풀니스, 2019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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