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은 책의 제목은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문의 핵심 내용을 가장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적절하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자극적이기도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미치오 카쿠의 책 [마음의 미래]는 제목이 잘 지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나 역시도 무척이나 궁금했던 내 마음에 대해 많은 부분 궁금증이 해소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마음의 미래]는 내용을 먼저 읽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나 역시도 마음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추상적으로 인식하고 있었기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보면서 어리둥절했다. 저자는 우리의 생각, 의식, 자아와 같은 개념을 추상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대신 물리학적으로 접근해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주로 사용하는 마음을 곧 뇌의 작용과 밀접하게 연관지어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음을 안다는 것은 곧 뇌의 작용과 기능들을 알아가는 것으로 이해가 되었다.
저자는 앞으로의 과학기술의 발전은 신경과학, 즉 뇌과학을 중심으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확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실제로 많은 연구비가 집중적으로 뇌과학 분야에 투입되고 있다. 그리고 뇌과학 분야와 연관 지어 우주를 탐구하고, 특히 혹시 있을지 모를 제 2의 지구와 외계의 지적 생명체에 대해 연구하는 것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두 분야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는 좀 설명이 필요한데, 우주를 탐사하는 일에는 실제 인간이 우주선에 탑승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비용도 많이 든다. 사람은 지구 환경을 벗어나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 장치들이 많이 필요하고, 그 상태로는 아주 넓은 우주를 탐험하기엔 많은 제약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사람이 가는 대신 우리의 의식을 레이저(라디오파, 혹은 X선이 될 수 있다)에 정보를 담아 우주공간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전에 반드시 이뤄져야 할 일들이 있다. 무턱대고 우리의 의식을 레이저에 실어 우주로 보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 이야기는 육체와 분리된 우리의 의식이 그저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우리가 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해도 레이저에 우리 뇌의 신호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 우리 마음의 미래라면, 그건 아마도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새로운 종족의 탄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이론적으로는 그런 일들이 개연성 있게 들릴지 몰라도 저자는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이야기한다. 한 개인의 일생, 그러니까 한 인간의 뇌가 평생동안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은 일단 레이저 신호로 변환하여 빛보다 빠른 속도로 (웜홀을 통해서라도) 우주 공간으로 보낸다 하더라도 그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변환하여 우리의 의식으로 만들 수 있는 컴퓨터는 만들 수 없다. 무어의 법칙이 앞으로 계속 유지된다 하더라도 컴퓨터의 메모리는 무한정 작아질 수가 없다. 아무리 나노봇이 미친 활약으로 우리 은하의 어느 행성에 정보를 수신하여 변환할 수 있는 장치가 만들어졌다고 해도 컴퓨터 기술의 한계로 인해 우리의 의식이 에너지의 형태로 우주를 돌아다니며 실제로 우리가 우주여행을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저자는 먼 미래의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현재 실현가능한, 그저 시간의 문제만이 남아있는 기술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특히 현재 200만명 이상이 고통받고 있는 정신질환의 치료에 관한 연구라던지, 뇌 손상으로 인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여러 유용한 기술들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과거 기술의 발달로 인해 몇몇 기술들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윤리적 논쟁의 중심에 섰었다. 대표적인 예로 시험관 아기가 그런 예이다. 최첨단 기술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큰 혜택을 주지만, 사회적으로 그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올바른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흉내내는 로봇의 개발은 여러 공상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언젠가 인간에게 해악을 주는 파괴자의 모습으로 많이 그려지며 우려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아직 로봇이 인간의 마음을 갖는 것은 100년도 더 걸리는 일이며, 그 사이에 우리는 로봇에 대해 받아들일 준비를 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마음의 미래’에서는 결국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을 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다른 생명체들과 구별되는 큰 차이점은 바로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 능력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금 현재 연구되고 있는 과학기술들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해야 하며, 다가올 미래에 벌어질 일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나 지금 과학기술의 중심에는 인간의 마음을 연구하는 뇌과학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니 저자가 예측하는 많은 일들은 언젠가는 실패든 성공이든 결과가 나올 것이다.
사실, 나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신기한 것들, 즉 텔레파시라든지 염력과 같은 것들은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지만 우리가 꿈을 저장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라든가, 어떤 다른 사람들의 기억을 공유하면서 그가 느낀 것들을 같이 느끼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그게 가능하더라도 내 삶을 더욱 풍요롭거나 좋게 만들 거라고 생각되지 않아서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진정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의 의식이 우주여행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삶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기술의 발달로 많은 지식을 한꺼번에 우리 뇌에 다운로드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라면 그것에서 의미를 찾기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억지로 막는다고 해서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의 인간의 삶은 지금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100년 전 살던 사람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면 기적이 일어났다고 생각할 것인데, 아마도 100년 후 우리의 모습은 더욱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너무 먼 미래의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지금 현재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미래에 어떤 모습이 펼쳐지든, (양자역학에서는 아인슈타인이 극도로 싫어하는 확률변수가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인지하고 겪게 될 미래는 하나 뿐이다. 다중우주론에서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다른 많은 우주들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여러 미래를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미래는 현재가 계속 쌓여가면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미래에 어떤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할지 모르지만, 그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지금 현재를 잘 사는 사람들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은 언젠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다. 이 땅에 태어나 살고, 사랑하고, 고통을 겪고, 성공을 거두고, 교훈을 남기고 죽어간 수십억 명의 삶이 살아있는 기록으로 보존될 것이며, 개개의 기록은 보석 못지 않은 가치를 지닐 것이다. 그들의 육체는 차갑고 조용한 묘지에 묻혀 사라지겠지만, 그들의 생각과 느낌은 영원히 보존되어 후손들에게 값진 교훈을 줄 것이다." - 미겔 니코렐리스, 듀크대학교
그리고, 비록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일찍 죽더라도 고귀한 삶을 살아간 사람의 기록은 남아서 대대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밝은 미래를 생각하며, 지금의 삶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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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대교가 후원하고 체인지 그라운드가 함께하는 무료독서모임 씽큐베이션 1기 [실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룹의 9번째 책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 서평입니다. 더 많은 서평은 더불어배우다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