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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Apr 09. 2020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

한 번에 소화해내기 힘들었던 경제사

  경제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누구라도 완벽하게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가 없다. 어떤 한 시점에 발생된 경제적 상황은 한두가지 요인으로 인해 생긴 것이 아니고, 매우 다양한 요인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생긴 것이다. 게다가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경우처럼 보이는 상황들도 경우에 따라 그 원인이 다를 수 있어서 결과만으로 그 원인을 쉽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먼저 밝혀두고 싶은 것은 나는 그동안 경제와 관련된 지식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경제라는 말만 들어도 나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주제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실상은 사회에 속한 우리들 모두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로서 모두들 현 경제상황에 일정부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이 크고 복잡한 현상황에서 보다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는 경제사에 관한 책으로 경제원리의 발전을 이끌어 온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담고 있다. 칼 마르크스의 이론을 예외로 둔다면, 경제사는 민주주의의 발전과 함께 변화되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자본주의 원리에 입각한 경제체제를 유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각 나라의 경제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경제 정책도 변화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각 시대마다 당시의 경제원리를 이끌었던 사상가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할 교훈은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대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완되고 수정되었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경쟁이라는 원리 아래 어떤 경제적 주체도 이 원리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적절히 통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통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불가피하다면 다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리적으로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의 경제 정책들은 수정과 보완을 통해 과거의 이론들이 가졌던 약점들을 보완해왔지만 완벽할 수는 없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경제학자들은 시간의 순서대로 열거하면, 애덤 스미스 > 맬서스 > 데이비드 리카도 > 존 스튜어트 밀 > 칼 마르크스 > 앨프리드 마셜 > 배블런, 갤브레이스 > 케인스 > 밀턴 프리드먼 > 제임스 뷰캐넌 > 행동경제학자들 의 순서를 따른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경제정책에 행동경제학자들의 의견만 참고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개인적으로 나 자신이 경제 상식을 갖춰 현 사회에서 시행되고 있는 경제정책들을 폭넓게 이해하고, 관련된 토의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지성을 얻게 되기를 기대했다. 이제 일독을 한지도 한달이 넘은 지금, 어떻게든 다시 읽었던 내용을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기억에 남는 내용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당시에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충만했었다는 느낌은 남아있다. 그래서 조만간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 TV 토론 프로그램에 유시민 작가와 유승민 의원이 나와서 경제정책 관련 의견을 나누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웹에서도 그 영상을 찾아볼 수가 있는데, 사람들은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칭찬하는 반응들을 보였었다. 당시 두 사람은 여러 경제학자들과 외국의 경제정책 사례들을 들어서 토론을 하였는데, 나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경제상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언젠간 관련지식들을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었다. 그 후 많은 시간이 지나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다. 



  얼마 전, 유시민 작가는 다른 TV 토론 프로그램에 논객으로 나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 확산으로 인한 마스크 공급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정부는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해서 요일마다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구분하여 한 사람당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를 2개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마스크 가격은 일괄적으로 장당 1500원에 팔기로 결정하였다. 유시민 작가는 이같은 결정에 대해 시장 원리에 맡겨두면 마스크 가격이 폭등해서 돈이 없는 사람은 구매할 수 없을 것이고, 정부가 가격만 통제한다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되면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가장 공평하게 보급할 수 있는 방법으로 모두에게 동등한 양을 배급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몇주간의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결과 시장에 공급되는 마스크량이 증가하여 1인당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갯수를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예측되고 있다. 



  경제는 복잡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맞는 정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상황에 맞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올바른 판단으로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시민들 스스로가 수준을 높여 정부를 지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는 개인적으로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어렵게 읽은 만큼 가치있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더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 토드 부크홀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2007 김영사





Photo by Paul Fied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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