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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May 09. 2019

네가 나보다 더 내 아내를 잘 안다고?

[습관의 힘] 제목이 곧 내용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동네 대형마트에서 배달된 전단지와 할인 쿠폰들을 별 것 아닌 것쯤으로 생각하고 무시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들이 수집한 우리 가족에 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적으로 보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행동 패턴들은 기록되고 있으며, 반복되는 패턴들(습관)을 기반으로 많은 기업들이 장차 자신의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매혹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을 알아갈 때, 각자의 주관을 따라 그 사람을 판단하지만, 우리가 남긴 기록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기업들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를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한 사람에 대해 우리가 본 것, 그리고 그에게서 들은 것만을 알고 있지만, 데이터들은 무의식 중에 행해진 습관의 기록을 포함하고 있기에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것들을 알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타깃의 예에서 기업은 통계적 분석을 통해 고객의 상황에 맞는 할인 쿠폰들을 배송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객관적 데이터가 가진 힘은 심지어는 고객의 임신사실을 고객의 아버지보다 더 먼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실제로 우리의 정보들을 모으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가족들보다 우리에 대해 더 잘 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이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교회 중 하나인 새들백 교회의 릭 워런 목사는 신도들에게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어 삶 속에서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로 여겼는데, 그는 습관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을 알려준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면, 그 사람을 가장 잘 아는 방법은 그의 습관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 삶은 습관 덩어리일 뿐이다’   윌리엄 제임스      



습관의 힘 (찰스 두히그 저)은 제목이 곧 이 책의 내용을 다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목을 통해 저자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예측이 된다고 해서 그 내용이 시시하다거나 뻔한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책들은 책의 내용을 통해 독자들이 행동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도 궁극적으로 바뀌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나쁜 습관을 고치고, 올바른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도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쉽게 변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습관 때문인데, 과거 오랜 시간동안 몸에 익어버린 행동들은 그 행동이 반복될 때마다 특별한 에너지 소모 없이 계속되는 성질이 있다. 습관의 특성 중 하나는 익숙하다는 것이다. 습관으로 굳어진 행동들은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그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뇌는 활동하지 않는다. 바이러스성 뇌염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유진 폴리의 사례를 보면, 그는 동네의 지리를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혼자서 산책을 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냉장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도 능숙하게 음식을 꺼내 만들어 먹기도 했다. 생각을 하지 못해도 습관이 삶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나는 내 삶에도 큰 영향을 주는 습관이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봤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주중에 내 삶의 패턴은 거의 변화가 없다. 늘 비슷한 시간에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집에 와서는 아이들과 잠깐 시간을 보내다 잠이 든다. 식사도 거의 구내식당에서 짜여진 식단대로 먹는다. 윌리엄 제임스의 가정대로, 내 주중의 삶은 일정한 형태를 띠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내 삶은 그저 습관 덩어리일 뿐이다. 일정한 형태인 내 삶에서 나는 내가 커피를 꽤 자주 마신다는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중간 중간 짧은 시간이 생길 때 사무실 내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입이 심심하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사무실에는 가장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커피가 있기 때문에 잠깐의 시간이 생길 때마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      



나는 이 커피를 마시는 내 행동의 심각성을 최근에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은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깊이 잠들 수 없게 한다. 나는 최근에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지가 않고, 직장에서도 늘 피곤함을 느꼈는데, 그 주된 원인이 숙면을 통해 피로를 풀지 못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원인이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커피는 하루에 한 잔, 오전에 마시는 것으로 정하고, 사무실에 커피가 아닌 카페인이 없다고 지인에게 들은 루이보스 차를 들여놨다. (진짜로 루이보스에 카페인이 없는지는 확인 안해봤는데, 이 정보를 알려준 사람이 전직 카페 사장이다)      


앞으로 업무 사이사이에 시간이 남을 때 (신호), 커피를 마시는 행동 대신 루이보스를 마시거나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가거나 친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등 (반복 행동) 여러 행동들을 통해 커피 섭취량을 줄여보기로 했다. 그리고 잠은 가능하면 12시 이전에 자서 삶에서도 능률이 오를 수 있도록 (보상) 해보고 싶다.        

습관의 힘은 개인적 차원 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도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함을 내재하고 있다. 결국 좋은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과 대대적인 사회운동을 일으키는 것도 핵심은 그 구성원들이 올바른 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토대로 우리 나라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전략들이 세워졌으면 한다. 예를 들어, 전국민 독서운동을 일으킬 때, 약한 연대의 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으며, 새로운 정체성 (독서하는 국민)을 부여해서 국민들 스스로가 독서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대교  #더불어배우다  #체인지그라운드  #습관의힘  #찰스두히그  #습관


- 본 글은 대교의 후원을 받아 진행되는 무료 독서모임 씽큐베이션의 6번째 책에 대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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