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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May 23. 2019

제발 나에게도 너의 스트레스를 말해줘

만성적인 위협이냐, 반성적인 도전이냐

누군가가 내게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나는 길지 않은 내 삶을 쭉 돌아볼 것이다. 그리고는 힘들게 생각하지 않아도 2013년이 내 앞으로 걸어서 나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당시의 내 상황은 결혼한지 2년이 좀 안된 시기였고, 그 직전 해인 2012년에는 우리 가정에 첫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꺾이고, 겨우 그 슬픔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던 때였다. 그 해 초, 장모님은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후 그 해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지내셔야 했고, 다행히 치료와 재활을 통해 회복을 하셨다. 그리고 2013년 봄, 나의 아버지는 위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던 중 암이 재발하여 다시 병원에 입원하셨고, 그 해 여름에 돌아가셨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일어난 어려움들은 그동안 경험했던 스트레스와는 그 크기도, 무게도 달랐다. 우리 가족은 그 해, 매 순간이 불안했고 많은 시간을 병원에 있으면서 우리가 해결할 수도 없는 걱정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당시에 나는 내가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다시 말해, 당시에 나는 이런 스트레스에 대해 어떤 반응을 했었을까. 감사하게도 나는 그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수용했다. 그리고,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슬픈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대신 더 가족들을 돌아보고,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힘든 과정을 함께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당시 장모님은 뇌경색으로 입원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는 도중에 혈액암 초기 판정도 받으셨다. 뇌손상이 한 번 발생하면, 이전에 건강했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고되고 어려운 것이라고 들었다. 장모님은 그래도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신 편이었는데 아마도 자기에게 발생한 역경에 대해 수용하고, 함께 재활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주변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 용기를 얻었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병원에서 장모님을 찾아오는 가족들과 사람들이 한 사람을 사랑하고 걱정해주고 기도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위로와 힘을 얻었다. 


     

장모님이 재활을 통해 회복의 과정을 거치고 있을 때,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다. 당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기도하고, 매일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아버지와 대화하고, 산책하며 보냈다. 나는 아버지가 꼭 나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을 아버지도 갖고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달리 아버지의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다. 의사는 이제 집에 돌아가서 마음 편하게 보내라고 해서 퇴원을 했는데, 집에 돌아온 그 날, 아버지는 몸에 이상을 느끼셔서 다시 입원했던 것도 생각이 난다. 아버지가 받은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던지 아버지께서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대체로 가족들 앞에서 의연한 모습을 보이셨다.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결국엔 모두 수용하시고, 우리 곁을 떠나실 때까지 늘 환한 모습을 보이셨다. 아버지는 8월 15일 광복절 아침에 돌아가시면서 평일이라면 온가족이 다 모일 수 없었겠지만, 그 날은 온 가족이 임종을 함께 하였다. 여전히 나는 아버지를 그리워한다. 잘 지내는 것 같다가도 불현 듯 아빠에 대한 그리움에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한다. 당시 우리 부부는 힘든 일을 연속으로 겪으면서 서로 더 많이 깊은 대화를 나누고, 더 사랑하게 되었다.


      

TED에서 <스트레스와 친구가 되는 법> 강연으로 유명한 켈리 맥고니걸의 책 [스트레스의 힘]에서는 스트레스를 대하는 우리의 사고방식 전환에 따라 스트레스는 위협이 될 수도, 이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스트레스가 모든 안 좋은 일들의 원인이자 뿌리가 된다고 흔히들 이야기하지만, 저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이 비슷한 스트레스를 받은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스트레스 반응을 친교와 배려로 인도하며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갖게 한다. 우리 부부가 한 해 동안 어려운 일들을 연속으로 겪으면서도 서로를 돌봐주며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스트레스를 피해야 할 것으로 보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즉 서로 대화하고 힘이 되어주는 것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예들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책의 저자는 우리가 겪은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런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희망이 부풀어 오르고 용기가 커지며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의욕이 고취된다고 한다. 이야기 속에 담긴 회복력은 전염성이 있어서 우리가 말하는 이야기와 우리가 관심을 쏟는 이야기에는 이렇게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한다. (293p)


     

나는 작년에 태국에서 일어난 동굴에 갇힌 어린 축구클럽 회원들과 코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청난 행복감을 느낀 적이 있다. 그들은 나와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고,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그들이 끔찍한 재난을 겪었음에도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 나왔다는 소식이 너무나 기뻤다. 그 아이들과 코치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였지만, 그들이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더 오래 버틸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 (빵을 아주 조금씩만 먹으면서 물은 천정에서 떨어지는 것만 마셨다고 한다) 탈출할 수 있었는데, 나는 이것 역시 스트레스를 통해 사람의 몸이 그 상황에 더욱 적합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https://www.nytimes.com/2018/07/02/world/asia/thailand-boys-rescued.html?fbclid=IwAR2BRdL1WmcAjXwuiBArk1J2wnm1Mb6ygqXp5TixgLHUlNj3bE_cGCFh3xQ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이 스트레스를 대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이다. 스트레스를 단지 피해야 하는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수용하고 그로부터 성장할 기회로 볼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피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면, 스트레스는 결국에는 우리를 파괴하는 무서운 것이 되지만,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면, 우리는 스트레스를 통해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만성적인 위협과 반성적인 도전 중에 우리의 선택이 남았다. 나는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대교 #더불어배우다 #씽큐베이션 #켈리멕고니걸 #스트레스의 힘

#스트레스 #사고방식 #배려와친교


이 글은 대교가 후원하고 체인지그라운드가 함께하는 씽큐베이션 1기 '실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그룹의 8번째 책 [스트레스의 힘] 서평입니다. 씽큐베이션의 더 많은 글은 페이스북 '더불어배우다' 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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