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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May 07. 2020

예측 불가능한 세상

우리는 극단의 세상을 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예측이 가능할까? 모두가 미래에 대한 예상과 전망들을 내놓지만 정확하게 맞추지는 못한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의 언저리에도 들지 못하고 심지어는 터무니없이 빗나가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려움이 기본으로 깔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삶이 특별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그게 바로 인생의 재미 아니겠냐고 시원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가변적이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는 매우 정확하게 결과를 예측하고 맞추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로 인류를 통틀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성인이 된 후 1-3 미터에 해당하는 신장을 갖고 살았다. 아무리 신장이 큰 사람이 있어도 그 한 사람이 전체 인류의 키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앞으로도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신장을 가진 사람이 나올 일은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한 사람이 버는 수익에 대해서는 어떨까? 무작위로 뽑은 1,000 명의 사람 중에 제프 베조스나 빌 게이츠가 있다면, 이 한사람이 버는 수익이 나머지 999명의 수익의 합을 수만번 덮어버리고도 남을 수가 있다. [블랙스완] 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이 세상을 이야기 할 때, 예측 가능한 평범함의 세상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극단의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예측하는 것이 적용되지 않는 세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가 예로 든 칠면조의 경우는 이런한 특징을 매우 정확하게 설명해준다. 1,000일동안 주인의 보살핌을 받으며 먹이를 얻어먹던 칠면조는 감사절을 맞이하여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애 마지막 날에도 아무 의심없이 주인에게 자기의 머리를 맡긴다. 원비유는 칠면조가 아니라 닭이지만 다른 어떤 동물이 되더라도 가축으로 정성껏 길러지던 동물들은 자기들의 최후를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예측하지 못한다. 극단의 세상은 검은 백조들이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세상이지만 이렇게 매우 작은 확률로 나타나는 일로 인해 세상이 받는 영향력은 매우 오랜 기간 지속되고 그 강도도 크다. 나는 199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 매년 심각한 재난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이 세상이 예측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 느꼈다. 내가 언뜻 기억하기에 삼풍백화점의 붕괴-성수대교 붕괴-무궁화호 전복-대한항공 KAL기 추락-서해 훼리호 침몰 과 같은 대형 사건들이 몇 년 새에 연달아 일어났다. 뉴스에서는 사고가 일어난 이 후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 분석하기에 바빴고, 원인들을 따지며 대책들을 내놓는 것 같았지만 계속되는 사고들에 모두가 허탈해했다.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고, 언론들은 비난의 대상을 찾아 시민들의 분노를 유도하고 있었다. 이렇게 사회에 큰 충격을 주는 사건들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에 매몰되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사람들은 방송 토크쇼에 출연하여 놀란 사람들의 마음을 다소나마 위로해 주었다. 



  나심 탈레브는 2001년 세계무역센터의 비행기 테러 당시를 이야기했는데 만약 9.11 테러가 사전에 예측되어 기장실의 문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고 방탄재질로 되어 있어서 비행기 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그래서 9.11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누구도 그 비극을 막은 숨은 영웅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역사는 전쟁을 막은 지도자보다 전쟁에서 승리한 지도자를 더 기억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세상을 더욱 이롭게 하는 데 기여를 한 사람은 블랙스완을 사전에 막은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이런 사실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듯 하다. 



  과거에 내가 다녔던 교회에서는 연초마다 말씀사경회를 가지며 외부 강사님이 말씀을 전하셨었다. 한번은 동안교회에서 목회하시다가 높은뜻 교회를 설립하시고 은퇴하신 김동호 목사님이 강사로 오셨는데, 자신이 직접 겪은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목사님은 과거에 다니던 교회에 새벽기도를 가려면 꼭 성수대교를 건너가야 했었는데, 성수대교가 붕괴된 그 날 새벽도 여느 때와 같이 성수대교를 건넜다고 한다. 그는 운전을 하면서 오늘도 새 날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찬송을 흥얼거리고 성수대교를 건넜다고 한다. 열심히 기도를 마치고 난 후에야 성수대교가 무너졌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가 다리를 건너고 불과 몇 분이 지난 후 성수대교는 붕괴되었다. 놀란 마음에 집으로 돌아올 때는 다른 한강다리를 이용하여 강을 건넜는데, 이 다리도 무너지는 건 아닌지 매우 걱정하며 건넜다고 한다. 곧 무너질 다리를 건널 때는 찬송을 부렀고, 지금도 건재한 다리를 건널 때는 조마조마하며 건너는 모습에서 세상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이 건재한 다리를 건너면서 무사히 건넌 것에 대해 감사하거나 우리가 무사히 다리를 건넜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는다.



  이런 비슷한 일들은 찾아보면 매우 많다. 그런데 대부분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잠깐 주목을 받다가도 이내 잊혀지고 만다. 2020년 현재, 전세계에는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이 대유행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바이러스로 인해 꾸준하게 괴롭힘을 당해 왔고, 그 때마다 조금씩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 방법을 발전시켜 왔다. 2009년에는 신종플루가 전국적으로 유행을 했었는데 기억해보면 당시의 상황은 지금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파급력이 약한 편이었다. 나는 당시 대학원생이었는데, 전공수업으로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었다. 당시 강의를 해주신 분은 당시에 한국백신의 사장이었던 최덕호 박사님이었다. 나는 당시에 그에 대해 찾아봤었고, 한 기사에서 그가 우리나라에서 타미플루(신종플루 치료약)의 생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당시 그와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로 백신 개발이 가능한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전남 화순에 녹십자 공장이 세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오래 전 기억이라 그가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덕분에 신종플루가 유행했어도 치료약을 늦지 않게 공급할 수 있어서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는 나심 탈레브의 책을 이번에 처음 읽었다. 그리고 내 책장에는 그의 또 다른 책 [안티프레질] 도 꽂혀있다.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며 그가 왜 스스로도,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철학자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MBA를 하고 금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요즘에 명성있는 '사상가'로 불리고 있다. 나는 그의 글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의 또 다른 책들을 계속 읽을 것 같다. 그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집중하게 하고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음을 느낀다.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이 책은 내용도 좋았다) 노아 유발 하라리, 리처드 도킨스 와 같이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역시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쓰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이 세 사람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극단의 세상을 사는 것이 '모험'을 하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힌다. 그 역시도 많은 모험을 감행하고 있으며 이 세상에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운에 맡기는 모험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블랙스완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그 파급력을 간과하며 눈을 감고 모험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 결국에는 끊임없이 시도하고 실패하며 그 과정에서 배우는 방법이 제일 빠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hoto by sergio souz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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