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원 May 15. 2019

경알못들이 먼저 들어서 봐야 할 책

최저임금 인상이 혁신을 이끌 것인가

어렸을 때, TV에서 뉴스를 보면 뉴스 말미에는 아나운서의 코멘트도 없이 파란 바탕에 여러 회사들의 주식 정보가 빠짐없이 등장하곤 했다. 그 내용은 하나도 모르는 채, 그 이후에 나오는 스포츠뉴스가 하기만을 기다리곤 했었다. 우리 집에는 주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었다. 경제라고 한다면, 그저 관심있는 건 물가가 앞으로 오르는 건 아닌지, 우리 가게 장사는 앞으로 잘 될지 등등의 말은 했어도 경제의 전반적인 지식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맞는 말이었다. 나는 주변 사람으로부터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고, 스스로 모른다고 생각도 안했으며, 그래서 더 찾아서 배울 생각도 안했다. 대학생이 되고, 대학원생이 되고 나서도 경제에 대한 관심은 하나도 없었고 그렇게 나는 나이만 먹었지(나이는 내 의지로 먹는 것도 아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는 감도 못 잡고 살아 왔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갖고, 많은 뉴스들을 접하지만 뉴스를 통해서 깨닫는 건 피상적인 사건들의 사소한 의미만을 알 수 있을 뿐, 그러한 사건들이 왜 일어났으며, 이런 사건들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대교가 후원하고 체인지그라운드가 함께 하는 씽큐베이션 1기의 7번째 책,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책을 읽고 그 서평을 시작하면서 평생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반성을 해본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모든 사람이 경제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역사 속에서 일어난 굵직하고 중대한 사건들은 ‘돈’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매우 중대한 사건들도 역시 ‘돈’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힌다는 것은 지식의 수준을 넓히고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 살면서 돈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래서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하지 못하면 즉각적으로 삶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돈에 대한 이해와 바른 판단은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 상황은 한 가지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한 국가의 경제 상황도 마찬가지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고, 역사 속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벌어진 것 같은데, 다른 결과를 나타내는 것을 보면 단편적으로 해석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간에 들리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지 모를 경제 위기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 경제를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그 모든 주장들을 아무 고찰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런 여론이 조금이라도 힘을 얻으면, 사회 전체적인 불안이 가중되기도 한다.


오늘자 뉴스에서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마이너스 성장률임에도 우리 경제정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http://news1.kr/articles/?3620847) 마이너스 성장률, 분명 직전분기 대비 안 좋은 결과인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한 분기의 결과를 가지고 위기론을 이야기한다거나 현 정부의 정책(최저임금 인상 등) 이 실패했다고 단언하는 여론은 좀 조심스럽게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과거에는 이런 뉴스를 보면 하나도 이해를 못했다고 한다면, [돈의 역사]책을 읽고 난 후에는 내용 파악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에도 경제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은 많이 있었지만, 대중들이 찾아서 보는 흔히 말해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은 내 기억엔 없었던 것 같다. 경제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범접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세계인 것 같았다.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선뜻 찾아서 읽게 되지는 않는 책들이었다. 그런데 역사를 기반으로 스토리가 있는 경제 이야기는 경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춰 주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 상식이 풍부해지고 더불어 역사의 교훈을 통해 현 시대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면, 세상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


[돈의 역사]는 우리가 살면서 배워야 할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두 가지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돈이고, 두 번째는 역사다. 역사는 그저 지난 시대에 살아간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제시해주는 우리의 교사이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더욱 진지하게 공부해야 한다. 거기에 이 세상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는 돈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판단을 겸비해야만 변화무쌍한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내가 인상 깊게 본 것은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의 한 구절이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산업은 농업 기반이었다. 그리고 인구의 대부분이 소작농이었다. 소작농은 자신이 소유한 토지가 없어서, 남의 토지에서 일을 하고 수확량의 일정부분을 대가로 받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당시 소작료가 병작반수였으니 수확량의 절반을 지주에게 주는 것이었다. 내 생각에 나라와 지방관료에게도 세금을 내었을 수도 있으니 각각 10%를 세금으로 낸다고 해도 실제 소작농들이 가져가는 것은 30%정도 될 것이다. 거기에 다음 해 농사를 위해 남겨두어야 할 종자와 농사를 짓는데 드는 농기구들을 마련하려면, 별도의 비용이 더 들어가니 한 해 농사를 지어 가져갈 수 있는 양은 채 20%가 안 될 수도 있다. 이런 불합리한 조건들을 개선한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대부분의 인구가 소작농이었기 때문이 개인이 불만을 갖고 일을 그만둔다고 해도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노동력은 주변에 널려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그만 두고 새롭게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는 선택지도 일반인들에겐 없었다.


소작제도 하에서는 생산성이 향상되기가 매우 어렵다. 지주들은 생산성을 늘리지 않아도 노동력이 워낙에 싸기 때문에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고, 따라서 생산성을 늘릴 수 있는 기술에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 이는 국가의 경제가 점점 침체되는 결과를 낳았다. 독립 후에도 이런 환경은 변하지 않았고, 우리나라는 가난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인건비가 너무 싸면 기술개발 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은 과거의 중국과 일본에서도 일어났었고, 높은 인건비가 형성되어 있는 조건 하에서 영국은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다.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여러 의견들이 있는 것 같다. 단기적으로 보면, 기업들에 부담이 커져서 경제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영국에서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기술의 혁신과 발전이 우리나라에서도 꼭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맞추어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 기업 입장에서도 경영면에서 과거에 비해 앞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고, 비용이 올라가는 만큼 기술의 발달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과거에는 경제를 하나도 몰랐다면, 지금은 경제를 이해하고 싶은데 좀 어려운 느낌이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처럼 경제에 대해 하나도 모르지만 알아보고자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돈의역사 #홍춘욱 #대교 #더불어배우다 #체인지그라운드 #최저임금인상 #경제초보

매거진의 이전글 예측 불가능한 세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