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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Jun 12. 2020

차별은 자연스런 것인가

용납과 존중의 사회를 위해

  가장 보편적인 사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 중에서 내가 급히 떠올릴 수 있는 특성들은 행복을 추구하고, 안전을 추구하며,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개의 말들은 상황에 따라 사랑, 평안, 안정, 기쁨,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말들로 대체될 수도 있다. 어떤 말들을 사용하든지 우리가 삶에서 원하는 것들은 이와 비슷한 것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이 자신을 위해 행복과 안전과 쾌락을 추구할 때, 사람들 가운데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제목 자체만 봤을 때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이 책의 제목은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이다. 이 책의 저자인 나카노 노부코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뇌 과학자이자 의학박사이다. 그녀는 일본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차별 문제에 대해 인간의 본성과 관련하여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차별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으로 세 가지 호르몬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생체에서 발생하는 물리화학적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여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호르몬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인간의 보편적 특성들 가운데 행복 추구와 안정감, 그리고 쾌락 역시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호르몬들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함께 모여서 살게 되면서 자신을 보호해주고 돌봐주는 가까운 사람들과 닮아가게 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소속감을 느끼고, 그 사람들과 닮은 행동을 하며 그 공동체의 일원인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나온다. 이 호르몬은 공동체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사랑을 받을 때 나오는데, 이로 인해 공동체의 결속은 더욱 단단해 진다. 그리고 이렇게 조직된 공동체가 더욱 단결하게 될 때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개인을 포함한 공동체를 보호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외부의 타인들을 향해서는 경계를 하게 되고, 자연스레 그들을 차별하게 된다. 행복과 안전을 위해 집단의 차별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일본인이기에 일본에서 큰 문제가 되는 집단 따돌림에 대해 일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물학적 특징을 언급한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상대적으로 세로토닌 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통계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로 구성된 일본 사회는 사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감시하며 공동체에 적합하지 않은 이른바 '무임승차자' 들을 끊임없이 색출하여 제거해내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회가 제시하는 기준을 맞추지 않는 사람들은 포용받기보다는 소외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것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로토닌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의 상승은 필요이상으로 차별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앞의 두 가지 호르몬의 영향으로 발생되는 차별현상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공동체를 위한 변명쯤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세 번째 호르몬은 공동체에 이득은 커녕 공동체를 병들게 하는 주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은 사람의 흥분과 쾌락을 동반하며 그 영향이 계속되면 중독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소수의 약자를 집단이 괴롭힐 때, 지배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도파민으로 인해 짜릿한 쾌감을 경험한다. 누군가를 억압하고 이겼다는 것은 그 수단과 목적이 정당한가 부당한가와 상관없이 도파민의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차별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한 생물학적인 근거로 호르몬 변화를 제시했는데, 이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공동체를 이룬 후에 농업 기반의 집단 생활이 중요했던 것과 지진 등의 잦은 자연재해로 인해 서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개인보다는 집단의 가치를 훨씬 더 중시하는 문화가 사회의 다양성을 해치는 데 일조했을 거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과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개인의 권리를 꺾어서라도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문화가 있었다. 차별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문제이기도 하기에 더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었다.






  차별은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을 연구함으로써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과 접근법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그녀가 강조한 것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메타인지를 갖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순하게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고 위반 시에 처벌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속적인 교육과 서로 용납하고 존중하는 올바른 문화의 확립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행복과 안정,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호르몬 문제 역시 외면하기 보다는 전문적인 치료와 처방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이야기해보면 좋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의 차별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참고. 나카노 노부코, [우리는 차별하기 위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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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tteo Vistocc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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