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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Oct 21. 2020

티끌을 꾹꾹 눌러가며

가늠이 안되는 고통의 긴 시간이 있겠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속담 중에서 '티끌 모아 태산' 을 좋아한다. 원래 이 속담은 사소하고 작은 것들의 가치를 담고 있는데 나에게는 하루하루의 노력을 의미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이 속담을 들으면 한편으로는 쓸 데 없는 염려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은 티끌을 모으는 과정에서의 고통과 태산이 되기까지의 시간이 가늠이 안될 때 특히 더 그렇다. 분명 티끌과 같은 결과가 조금씩 쌓이는 것 같은데 보이는 것은 여전히 티끌이고, 작은 숨만 쉬어도 곧 흩어져버릴 것 같은 초라한 결과물을 보고 있자면 더 그런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어떤 확신이 있기 때문인데, 티끌이 모여서 꾹꾹 눌러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분명 티끌을 모으는 것은 힘든 과정이지만 그게 하나씩 모이면서 견고한 기반이 될 거라고 믿으며, 앞으로도 계속 티끌만 모으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있기에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설령 티끌만 모으게 되더라도 그 과정 자체에 감사하며 새로운 배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을 위안으로 삼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티끌을 모은다. 이 티끌이 태산이 되기를 기대하며, 여러 개의 태산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삶에서 하루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한다. 오늘 하루의 내 삶이 곧 내 인생의 모습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하루하루 주어진 삶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오늘 하루 내가 만났던 다른 이들의 하루와 그들의 인생도 소중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들을 더 진실되게 그리고 더 겸손하게 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 또한 현재 하고 있는 노력이 언젠가는 태산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요행을 바랐던 적이 많았다. 고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좋은 결과를 기대했는데, 간혹 그런 행운이 있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건 오히려 내게 독이 되었던 것 같다. 노력할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요령껏 살려고 했다. 그게 마치 지혜로운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제 생각을 고쳐 먹었다. 하나씩 하나씩 티끌을 꾹꾹 눌러가며 제대로 터를 닦고 높은 산을 쌓아올려보기로 했다. 이 때 그 티끌을 뭉치게 하는 건 땀과 눈물일 것이다. 





Photo by Austin Ba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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