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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Apr 15. 2021

편견없이 읽고 싶다면 다독이 결론이다

우리의 기준은 경험에 따라 바뀐다

  책을 읽을 때는 새로운 정보를 얻고, 글을 통해 정서의 환기를 경험하며, 저자의 생각과 의견에 공감하고 싶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 독서는 마치 내가 이전에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밟으며 여행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데, 특히 잘 알지 못하는 주제에 관한 책을 읽게 된다거나 저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고 읽는 경우가 그렇다. 내가 책을 구매해서 읽는 경우라면, 나의 관심에 맞는 책을 찾아보며 그래도 비교적 익숙한 저자의 책을 살펴볼 것이다. 가끔은 어떤 이유에선지 나랑 맞지 않아 보이는 책을 구매해서 읽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나는 비슷한 장르의 책들을 사며, 나에게 많은 지식을 전달해주는 책들을 위주로 사게 된다. 반면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책을 선물받아서 읽게 될 때는 평소의 나라면 읽지 않았을 책들을 보기도 한다. 그렇게 생소한 책들을 읽을 때는 최대한 객관적인 마음으로 읽고자 하는 생각을 갖지만 그게 항상 쉽지는 않다.


  나는 책을 펼쳐서 읽기도 전에 나만의 편견에 치우치게 된다. 저자가 누구인지를 보는 것이 편견의 시작이 될 때가 많다. 비록 내가 처음 보는 저자라고 해도 원서인지 번역서인지에 따라(저자의 국적도 영향을 미친다) 편견에 사로잡히고 다. 그리고 전문분야를 주제로 한 책들의 경우, 저자가 관련된 학위를 받은 권위자인지 등도 보게 된다. 더욱 개인적인 요인으로는 그 책을 추천한 사람이나 빌려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서도 편견이 생기게 되며, 이러한 편견들은 책을 읽는 내내 내게 영향을 준다. 때로는 베스트셀러에 해당하는 책들도 내가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먼저 읽고 나서 혹평을 한다면, 자연스레 그 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가끔 그러한 혹평에도 불구하고 직접 검증해보겠노라는 심정으로 구매해서 읽어보기도 한다.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나 좋아하는 사람이 추천하는 책들은 더욱 긍정적인 마음으로 읽게 되는데, 어떤 책들의 경우는 읽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추천하는 책이지만 내게는 별로인 책도 있으며, 어떤 작가의 경우는 이전작이 너무 좋아서 차기작이 나왔을 때 큰 기대를 갖고 구매했지만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경우에는 한번 좋았던 작가의 책은 계속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 분야의 책들은 번역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옮긴이의 이름도 꽤나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나도 특정 번역가 분들이 옮긴 책들을 좋아하는데, 매년 그 분들의 책들을 구매해서 읽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출판사의 영향을 받기도 하며, 나의 경우 과학교양서를 주로 읽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책들을 출판하는 출판사의 책들을 눈여겨 본다.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좋아하는 번역가 분이 옮기고,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출판이 된다면, 나는 0.1초의 고민도 없이 그 책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이전의 경험이 이미 새로운 기준이 되어 객관적인 생각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여전히 편견에 사로잡혀서 독서를 하지만, 아직도 내 생각으로는 편견없이 책을 읽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편견을 갖고서라도 더욱 많은 책들을 다양하게 읽어서 더 많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경험이 새로운 기준이 될테니 다양한 책들을 많이 읽어서 새로운 경험들로 채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말 많은 책들을 읽어야 하고, 충분한 독서량이 쌓여서 내 맘에 편견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다독 밖에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 속에 편견이 있다는 것은 여전히 나에게 독서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과연 이것이 해소될지는 모르겠지만 편견이 확신이 될 때까지 계속 독서를 해나가야겠다.

  








Photo by Jakub Sisula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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