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괜찮은 책을 읽고 싶다면, 베스트 셀러 중에서 고르는 것은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베스트 셀러가 늘 완벽하지는 않다. 이 말은 많이 팔린 책이 좋은 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덜 팔린 책 가운데도 얼마든지 좋은 책이 많을 수 있다는 말도 된다. 되도록이면 유익하고 재밌는 책을 읽고 싶은데 그런 좋은 책을 잘 고를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다. 다독가가 되어야만 책을 보고 고르는 안목도 좋아질 수가 있다. 사실 다독가라고 인정받을 수 있으려면 책을 얼마나 많이 읽어야 하는지 기준이 정해진 것은 없다. 누군가가 그 기준을 제시한다고 해도 그 기준을 모든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래도 나름 기준을 세워 보자면 상위 10 퍼센트 안에는 들 만큼 책을 읽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3월 문체부가 조사해 발표한 '2019년 국민독서 실태조사' 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독서량은 연간 평균 7.5 권이라고 한다. 이는 2년 전에 비해 1.9 권이 줄어든 결과다. 이 결과를 보도한 기사에서는 아쉽게도 상위 10 퍼센트의 평균 독서량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래서 평균 독서량보다는 10배 정도 많이 읽어야 책 좀 읽는다고 인정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1년에 75권의 책을 읽으려면, 한 달에 6-7 권의 책을 읽어야 하는데 그렇게 읽더라도 아직 다독가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요즘 내가 매달 6-7 권의 책을 읽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지금도 다독가의 모습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 한 가지 분야의 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새로운 분야의 책을 고를 때에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고 추천하는 책을 먼저 본다. 베스트셀러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손을 뻗을 때 유용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많이 팔리는 책들은 순수하게 그 책이 훌륭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마케팅의 성공으로 인한 결과인 것 같다.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영향력이 큰 사람의 추천으로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게 되어 많이 팔리기도 하는 것 같다. (많이 팔렸다는 결과 자체가 어느 정도 책의 훌륭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나는 독자들이 많이 선택한 책들을 존중한다. 그리고 그 책들은 현 시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메세지가 옳든 틀리든,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선택되었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베스트셀러 책들을 최대한 많이 읽어보려 노력하며 가급적 그 책을 읽은 누군가의 서평이 아니라 원작자의 목소리를 여과장치 없이 듣고 싶어서 책을 직접 읽고 판단한다.
최근에 책을 소개하고 그 내용을 잘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 출판 시장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대형 서점의 매대에는 아예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들만 모아놓고 판매하기도 한다. 나도 최근에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책들을 몇권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매우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숨어 있는 좋은 책들을 발견하고 혼자서 그 책을 읽는 것도 나름 즐거운 일이지만 책을 좋아하고 책으로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읽은 베스트셀러를 선택한다. 그리고 많이 팔린 책이 그 내용 또한 훌륭할 때,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알 수 없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