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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Aug 10. 2019

독서의 1차 목표는 완독이다

감사의 글까지 읽어야 다 읽은 것이다

내 삶에서 책은 항상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있다. 책을 사랑했고, 책을 거의 읽지 않던 기간에도 책에 대해서만큼은 언젠가 내가 가장 아끼는 대상이 될 거라고 굳게 믿었었다. 책들이 모여있는 장소를 너무 좋아해서 여행을 가면 기회가 될 때마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방문하곤 했다. 해외에서도 서점에 들러 어떤 책들이 있는지 짧은 시간이지만 구경하기도 하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초대형 도서관에서는 오랜 시간동안 서가의 이곳 저곳을 탐방하기도 했다. 그래서 알렉산드리아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면 지중해의 파란 바다보다 도서관의 서재가 더 기억에 남는다. 출판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었고 독서와 글쓰기가 곧 나의 삶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책은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들 중 하나이다.



나는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다. 그래도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최소 한 달에 한 권씩은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때는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한 것도 책이었다. 가끔은 갑작스레 내면에서 생긴 도전정신으로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어 60일 넘게 지속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에야 돌이켜 보면 그렇게 몰아서 책을 읽는 것은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당시에 읽은 책들도 지나치게 편향된 주제의 책들을 읽었고, 읽은 책의 내용을 곱씹어 보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지도 못했다. 당시는 독서를 일종의 취미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내게 독서는 더 이상 취미가 되지 못할 것 같다. 취미는 인생에서 빼더라도 살아가는 데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독서는 이미 내 삶에 없으면 안되는 활동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으로 책을 나눈다면, 안 읽은 책, 읽다 만 책, 한 번 읽은 책, 두 번 읽은 책, 세 번 이상 읽은 책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분류를 따를 때, 내가 줄이고 싶은 것은 읽다 만 책들이다. 독서를 하다보면, 한번 펼친 책을 끝까지 다 못 읽을 때가 많다. 나의 경우에는 독서하는 즐거움을 따르다 보니 읽던 책이 좀 지루해지려고 할 때마다 다른 새로운 책을 읽게 되어서 그렇다. 그러다 보니 읽다 만 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나의 독서 생활에서 읽다 만 책들 외에 다른 책들은 다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새롭게 출간되는 책들은 더 많아질 것이고, 내가 독서를 계속 해나가면 속도는 달라도 읽은 책들은 늘어날 것이다. 줄일 수 있는 책은 읽다 만 책들 밖에 없다.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 중에서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현재 나의 수준에서는 그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읽기를 그만 둔 책들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멈추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안 읽을 생각까지 하지는 마라) 혹은 내용이 어려운 건 아닌데, 저자가 전달하는 메세지의 근거가 없거나 논리가 부족해서 동의가 되지 않는 경우에도 읽다 만 책으로 남겨두는 것이 낫다. 한 번 손댄 책이라고 강박적으로 모두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외에 재미가 없었다거나 이미 다 아는 내용이 나온다거나 내가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하고 있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끝까지 읽어보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아직 안 읽은 부분에서 혹시라도 내게 필요한 내용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끝까지 다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불만스런 마음이 남아있다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책 한 권 읽었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본문의 마지막까지 읽고, 에필로그까지 읽기를 마치면 독서라는 여행은 거의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번역서의 경우 어떤 책은 저자의 에필로그 뿐 아니라 옮긴이의 소감이 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외국 작가의 훌륭한 책을 읽고 나면, 번역을 한 이에게도 자연스레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번역가의 이름도 함께 기억하려고 애쓴다. (실제로 나는 한 번역가 선생님을 매우 존경한다.) 이렇게 에필로그와 옮긴이의 말까지 다 읽었다면 독서라는 여행을 마친 것이다. 그러면 이제 즐거운 여행을 정말 마치기 위해 함께 한 나의 동반자를 보내줄 시간이다. 나는 저자가 항상 마지막에 작성하는 감사의 글을 읽으며, 내 여행의 동반자를 보내준다. 감사의 글은 안 읽고 넘어가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나는 즐거운 여행을 함께 해 준 저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갖고 읽는다. 물론 저자는 감사의 글의 대상들을 향해 메세지를 전한 것이지만 나는 감사의 글을 읽으며 저자를 다시 생각하게 되고 행복한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가 있다.


내 기준에서 완독은 감사의 글까지 읽어야 완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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