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규원 Oct 15. 2021

어? 나한테 하는 말 같은데

좋은 책은 독자와 소통한다

  나의 개인적인 인생 목표가 있다면, 훌륭한 인격을 갖고 나의 일을 사랑하며, 가족들에게 좋은 아빠와 남편이 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특히 가족들에게 좋은 아빠이자 남편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질 중 하나로 소통 능력을 꼽을 수 있는데, 소통이 잘 되지 않을 때 가족들 가운데 갈등이 생긴다. 그리고 갈등이 생길 때 이를 올바르게 해소하지 않으면 서로의 마음 안에 부정적 기운이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우리 부부가 소통을 잘 하지 못해서 10년 넘는 기간 동안 서로에게 부정적 에너지를 쌓으면서 살아온 예다. 우리는 그동안 갈등이 있을 때마다 그 갈등을 원활하게 해소하지 못했었다.     


  나는 좋은 책을 읽을 때, 큰 기쁨을 느낀다. 좋은 책은 내가 책을 읽을 때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책이다.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의 지식들을 전해주는 책도 좋아하지만 어쩌면 그러한 책들은 일방통행에 가까운 느낌이라 소통한다고 느끼기는 힘들다. 하지만 평소에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책인데 그 내용까지도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 책은 독자와 잘 소통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상상스퀘어 출판사의 첫 번째 출간작인 신영준/주언규 공저의 [인생은 실전이다]는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주제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들이 많아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책을 읽을 당시에 나는 아내와의 갈등을 원활히 풀지 못한 채로 보름 정도를 대화 없이 지내고 있었고, 내가 먼저 이런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양보하고 물러서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감정이 상해 있었고, 누구도 먼저 사과하고 갈등을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리 중 누구든 먼저 한 발 물러서고 양보하면, 겉으로 드러난 갈등을 봉합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과 의지도 없이 불편한 시간만 보내고 있을 때 이 책의 한 부분이 크게 와 닿았다. 그 부분을 읽으며 ‘어? 이건 지금 나한테 하는 말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죽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3가지 이유’에서 관계의 본질을 이야기하는데, 하나의 극단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정말 사소한 일로 가족과 말다툼을 했는데 서로 사과를 안 하고 있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로 당사자 중 한 사람이 죽었다. 그 때 남은 사람은 사과 받지 못한 것과 사과하지 못한 것 중 어떤 것을 후회할까? 후회라는 말에는 자신이 능동적으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감정이 포함되어 있다. 당연히 사과하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을 것이다. 여기서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사과 받지 못한 것이 억울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나는 그 전까지의 마음과 생각들을 고쳐먹었고, 그동안 해왔던 사과를 하는 대신 근본적으로 우리 부부의 관계를 개선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어떤 메시지가 정신적으로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때, 우리는 뇌리에 박혔다는 말을 쓴다. 나는 일종의 전율을 느꼈는데, 내 온 몸으로 그 영향력이 퍼져가는 것 같았다. 내 전신을 돌고 있는 혈관 안으로 이 책의 글자들이 들어와 내 몸 속을 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비슷한 맥락에서 ‘짧은 인생 정말 바보같이 사는 5가지 부류의 사람들’에서 다섯 번째 부류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여기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하고 싶다.      


“만약 지금 하는 행동이 바보같은 일일지 걱정된다면 죽음을 떠올려보자. 죽기 전에 지금 하는 일을 못 했다고 후회할까? 전혀 후회할 것 같지 않다면 당장 멈춰도 좋다.”     p. 255


아내보다 먼저 사과하지 않으려고 버티는 그 상황에서 내가 죽기 전에 아내에게 사과 받지 못한 것을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조언대로 나는 버티기를 당장 멈추고 아내와 대화를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오랜 갈등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 중이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삶을 살지만, 사람들이 살면서 하는 고민거리들은 공통적인 것들도 많기 때문에 그런 고민들이 여러 가지로 범주화될 수 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사람마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책을 통해 어떤 메시지가 꼭 자기한테 하는 말처럼 들리고 자신의 상황에 적용될 수 있을 때, 변화가 시작될 수 있고 그것이 작은 날갯짓이라고 생각한다. 




Photo by Mathew Schwartz on Unsplas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