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슬램덩크 단행본을 기다리며 한권씩 구매해서 소장했던 기억이 있다. 발간된 첫날 동네 서점에서 만화책을 사들고 올 때의 뿌듯함은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그 만화 속에 나온 명대사들 중 일부는 아직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정대만의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던가, 안감독의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에요,’, 서태웅이 강백호의 실책을 보고 ‘세금같은 거로군’, 그리고 강백호의 ‘왼손은 거들 뿐’같은 명대사들이 있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윤진이의 별명이 정대만이었던 걸 생각하면 슬램덩크는 확실히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때에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때는 그렇게 학생들이 농구를 많이 했었는데, 내 친구 중 하나는 나와 같이 농구할 때 나보고 풋내기슛부터 제대로 연습해오라고 말했었다. 생각해보면 그녀석의 풋내기슛도 별로였다.
과학동아 9월호에 실린 네덜란드 출신 비행기 조종사 크리스티안 반 하이스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과학동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고 오랜 기간 사랑받은 과학 잡지 중 하나일 것이다. 최신 트렌드를 접하기 위한 목적으로 잡지는 조금 느린 수단일 수도 있지만 두루두루 교양을 넓히기 위한 목적으로 한 분야의 잡지를 구독하는 것은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크리스티안 반 하이스트는 보잉747 비행기의 조종사인데 그는 또한 사진작가이기도 해서 비행 중에 경험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운전만 해야 하는데 비행기 운전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가능할까? 그는 운전대는 누군가 항상 확인하고 있어서 괜찮다고 말했다. 사진은 주로 오토파일럿 상태일 때 찍는데, 비행기 운전의 경우 항상 물리적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커피 한잔 마실 시간이나 샌드위치를 먹을 시간은 있다고 한다.
마이클 하얏트의 책 [모두를 움직이는 힘]을 읽으면서 나의 비전을 고민하고 있다. 비전은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희미하지 않게 또렷이 보는 것처럼 비전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비전을 이루기까지 완벽하고 자세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목적지를 향해 자동차로 이동할 때,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운전하더라도 어느 정도 전방을 밝힐 수 있는 빛이 있으면 결국에는 목적지까지 갈 수가 있다. 하지만 비전이 없으면 목적지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고 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속한 조직의 비전을 생각해보게 되었고, 이 조직의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지금은 비록 어떤 성과도 이룬 것이 없고 출발지점에 서있는 상태지만 여기서 한 발씩 나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 행복하고, 어떻게 다른 직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슬램덩크에서 강백호는 산왕공고와의 중요한 경기에서 큰 부상을 당했는데, 분명히 교체되어야 할 상황에서 안감독에게 이야기한다.
만화에서 안감독은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안감독이 북산고에 갖고 있던 비전은 무엇이었을까? 채치수처럼 전국대회 우승이었을까? 안감독이 강백호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내 영광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북산고 감독으로서 안감독의 비전이 더 높은 곳에 있었다면 부상임에도 출전을 요구하는 선수를 설득하고 교체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다음 대회에서 더 높이 오를 수 있는 비전을 품게 했을 것이다. 실제로 북산은 다음 경기에서 완패하고 만다.
비행기 조종사 크리스티안 반 하이스트는 나는 아직 내 최고의 사진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사진들은 BBC나 National geographic같은 유명 매체에 소개된 적이 있을 정도로 훌륭한 사진이 많았는데도 그는 앞으로 더 멋지고 영감을 주는 사진들을 찍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전은 지금껏 경험한 것보다 더욱 멋지고 찬란한 미래를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잊고 지금 현재가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하는 것은 긍정적인 생각이지만 거기에서 그치면 안된다. 비전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긍정을 뛰어 넘어 더욱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나의 최고의 사진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 Christiaan Van Heijst (출처- https://jpcvanheijst.com/)
[모두를 움직이는 힘]에서 제시하는 10가지 질문을 곱씹으면서 이전에 우리 팀의 발전방안을 고민하며 만들었던 프리젠테이션 자료들을 검토해 봤다. 나는 내가 만든 그 자료들에서 제시한 계획들 대부분이 우리 팀의 목표가 되는 상황이 놀라웠다. 그러면서 일종의 책임감과 함께 이 팀의 리더로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다른 직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모습을 생각하니 더욱 정신이 드는 것 같다. 이미 일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