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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Mar 31. 2022

평화는 실로 생각의 흐름이다

진정한 정신 승리

올해 세운 목표 중 하나가 심리학/뇌과학 관련 서적을 10권 이상 정독하는 것이다. 올해 읽은 심리학 책 중 [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원제-Whole Brain Living)은 저자의 사연이 너무 특별해서 관심이 갔던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질 볼트 테일러는 유능한 뇌과학자의 경력을 이어가던 중 뇌졸중으로 인해 좌뇌의 기능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했다. 놀랍게도 잃어버린 좌뇌의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8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이때의 경험을 쓴 회고록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는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뇌과학자인 그녀가 뇌과학자로서 가장 특별한 경험을 한 후 들려주는 이야기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내가 최근에 심리학과 뇌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실제 상담을 통해 내가 느끼는 감정들과 어떤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행동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나는 사람의 마음, 그리고 본질적으로 그 작동원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뇌과학을 공부해보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 단어는 ‘평화’인 것 같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리고 부정적 감정에 사로잡혀 의도하지 않은 행동과 결정들을 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는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으며, 부정적인 기운에 사로잡히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고 힘주어 이야기한다. 그녀는 사람의 뇌를 네 부분으로 나누어 각각을 캐릭터로 설명하는데, 기존에 좌뇌형/우뇌형으로 나눠 설명되었던 것과 달리 네 가지 다른 캐릭터들이 상호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마음의 평화는 이 네 개의 캐릭터 가운데 ‘우뇌 사고형’ 캐릭터가 중심이 되면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 간에 연결이 끊어진 상태에서 ‘중독’과 같은 현상이 나올 수 있고, 이를 극복하는 회복하는 과정도 이 캐릭터들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열쇠라고 한다.

     

저자는 ‘좌뇌 감정형’ 캐릭터의 반응으로 부정적 기운에 사로잡힐 때에 90초 동안의 멈춤 과정을 갖기를 권장한다. 그 시간동안 우세한 좌뇌 감정형 캐릭터를 진정시키고, 다른 캐릭터들이 작용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과정을 ‘두뇌 정상회담’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들을 이해하고, 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런 원리를 이해하고, 부정적 생각이 들 때마다 잠시 멈춰서 생각을 해보면 우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가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런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너가 떠날 수밖에 없어’ 등과 같은 믿음을 갖게 된다. 자신의 성격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그 믿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강요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 뇌의 신경세포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서로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는 ‘가소성’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주장처럼 평화는 실로 생각의 흐름이다. 적어도 우리는 생각을 바꿀 수 있으며, 감정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 나는 이 과정을 흔히 ‘정신승리’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을 외면한 채 자신을 속이는 부정적 의미의 정신승리가 아니라 부정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내 마음의 평화를 쉽게 내어주지 않겠다고 선택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신승리를 말하는 것이다.

      

최근에 나는 개인적으로 부당하다고 느끼는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상대의 의도가 그렇게 보이더라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저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어쩌면 내가 감정적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확대해석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부정적인 내 생각을 변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는 잠시 동안 심호흡을 하며 내 생각을 정리하였고, 저자의 표현대로 여러 의견들이 오고가는 두뇌정상회담을 통해 나에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하였다. 그 후에도 여전히 부정적 느낌은 가끔씩 발생하지만 나는 내 생각을 통해 평화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드는 생각은 평화는 실로 생각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질 볼트 테일러, [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2022





Photo by Colton Duk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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