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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Jan 28. 2022

그냥 알고만 있는 것

예전에는 이것 때문에 힘들어했다

대학 신입생 때 가장 힘들었던 기억을 하나 꼽자면, 다른 동기들의 행동을 통해 그들의 속마음을 유추하려고 했던 부질없는 노력들이 떠오른다. 이건 어찌보면 일종의 자격지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치 독심술이라도 있는 것처럼 다른 누군가의 의미없는 행동들에 괜한 의미부여를 해서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지나가다 마주쳤을 때 나를 보지 못하고 인사없이 지나가는 동기들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며 그들이 나를 피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확실히 그런 것들은 전혀 신경쓸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나도 그렇게 행동을 하고 있고, 얼굴과 이름만 알 뿐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 사람한테는 인사를 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눈이 마주쳤다면 가볍게 인사를 할 수도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애써 인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길에서 마주쳤는데, 피해갈 수 없다면 이렇게 인사를 한다. 그럼 상대방도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하게 될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보통 상대방의 말을 통해서 그 사람의 의도와 생각들을 읽어낸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다른 표현들, 그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들로부터 메세지를 읽어내기도 한다. 그런데 직접적으로 전달된 말 외에는 주관적인 판단과 해석이 들어가기 때문에 100% 정확하다고 자신해서는 안된다. 그런 행동들로부터 어떤 느낌을 받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그런 주관적인 생각들을 근거로 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그런 주관적인 생각들을 또다른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행동이다. 개인적인 주관과 판단은 자신의 머리 속에만 머물게 하는 것이 좋다. 


나도 때로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의 의도와 생각을 100% 파악했다고 자신할 때가 있다. 마치 은행에 들어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은행업무를 보러 가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누구도 은행에 들어가는 사람이 은행에 비치된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갈 생각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서 그 사람의 의중을 함부로 넘겨짚으려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대한 당사자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한 말을 판단의 근거로 삼으려고 노력중이다. 다른 사람들간의 대화나 누군가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인간성과 성격 등을 확신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어떤 마음이 들었다면 그냥 나만 알고 있는 것으로 넘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제 곧 명절이 다가오는데, 가까운 가족과 친척들일수록 그들의 말과 행동들에 적극적인 해석이 들어가서 마음 고생을 더 하기도 한다. 정신승리는 이럴 때 필요한 것 같다. 누군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결국 나를 갉아먹는 결과로 이어질 때가 많다. 그저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그 사람에게서 적극적으로 멀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과 있으면 저절로 부정적인 기운에 휩싸이기 때문에 최대한 엮이지 않는 것이 좋다. 다소 이중적이지만 정신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Photo by Wonderlan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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