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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Jun 29. 2022

우리는 일관적이지 않다

변화와 관용은 이런 특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미리 좀 정리를 해 놓을 걸 그랬다. 두 달쯤 전에 읽은 책의 내용은 이미 머리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닉 채터의 책 [생각한다는 착각]은 생각에 대한 우리의 기본 인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우리가 하는 생각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저장된 정보로부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아주 표면적이고 얕은 곳에서부터, 그러니까 쉽게 영향을 받고 바뀌기 쉬운 그런 조건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에 관해서는 일관적인 특징을 갖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조금만 자신을 돌아보면 전혀 일관성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책의 제목인 [생각한다는 착각]은 나에게 거의 즉각적인 반발심을 불러일으켰다. 착각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매우 어리석음을 떠올리게 하고, 저 제목을 받아들이게 되면 지난 인생을 어리석음 가운데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원래 이 책의 제목은 [The mind is flat]인데,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을 말한 게 아니라 생각의 영역이라 여겨지는 마음이 평평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평평하다는 것에 대한 이미지로 땅 위에 부어진 물이 표면을 따라 흐르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반대로 마음이 평평하지 않다면, 즉 마음이 아주 깊다고 한다면, 나는 깊은 심해를 떠올릴 것이다. 지표를 따라 흐르는 물은 주변 환경에 의해 온갖 영향을 받게 되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지만, 심해는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고요한 상태를 상상할 수 있다. 내 마음을 나 자신도 이해하기 힘들다고 느낀 적이 있는 나는 저자의 생각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의 생각은 상당히 즉흥적이다. 이런 즉흥성은 깊은 마음에서 나오지 않고, 평평하고 얕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에 깊은 마음이 아닌 우리 생각의 특징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장점이 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사람의 성향이나 행동양식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고 해도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고, 대하는 사람에 따라서 의지를 사용하여 상대에 맞게 좀 더 불편한 방식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동안 나타나는 뇌의 활동들은 휘발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저자도 말한 바와 같이 우리는 분명 자세하고 정확하게 본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그것을 다시 떠올려보고 묘사하려고 하면 희미한 모습들 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흔하게 듣는 충고 중 하나인 '기록이 기억을 이긴다' 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생각한 것은 마음 깊이 새겨져서 언제라도 소환하면 대부분 복사해낼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나는 과거에 내가 쓴 글을 볼 때마다 매번 새로운 느낌을 받는다. 내가 쓴 글에서조차도 이렇게 새로운 느낌을 받는데, 하물며 남이 쓴 글을 볼 때는 얼마나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될까. 요즘에야 매일 새로운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온갖 정보들이 넘치는 시대이지만 우리가 생각을 통해 남길 수 있는 것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번 새로운 정보들을 찾는 것과 함께 우리는 한번 접했던 정보들을 반복적으로 읽고 기록하는 것을 해야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이 평평하고, 생각이 얕아서 좋은 점을 생각해봤다. 첫번째로는 우리는 한가지 마음으로 고정되지 않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라는 말이 주는 벅참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현재에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고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또 다른 내일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때로 우리는 지나치게 다른 사람을 고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누군가를 향해 그는 가망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좋은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관계에서 거리두기는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인간에 대한 존중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는 나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이다. 일관성이 없다는 말은 꾸준하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을 향해 하는 말이지만, 우리의 생각은 일관적이지 못한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스스로 성장의 동력을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Photo by Dimitry Anikin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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