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이끌거나 일을 이끌 수 있다.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 나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앞으로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었다.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은 나는 어떤 직업을 갖게 되던지 별로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나의 미래에 대한 어떤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던 때였다. 내가 갖고 있었던 일에 대한 생각은 '괴로움' 이라는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일은 내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버는 수단쯤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다행히 전공 공부는 싫어하지 않았기에 그저 졸업 후에 전공과 관련된 회사에 취직해서 적당히 뒤쳐지지 않게 일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오히려 일하는 시간 외에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직업을 갖고 일해 보니 그 생각이 망상이었음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렇게 긴 시간동안 '괴로움'을 버티면서 일하기에는 삶이 너무 불행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꿈에서만 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던 행복한 직장생활이라는 것을 어떻게든 현실에서 이뤄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행복을 얻고자 생각을 바꾸고 난 후, 내가 하는 일을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리더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의 저자 크리스 채는 '평행 트랙(parallel track)' 제도를 소개하면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에서 리더로 성장하는 두 가지 커리어 옵션을 말해준다. 흔히 사람을 이끄는 리더인 PM(people manager)이 하나의 옵션이고 매니저, 관리자 혹은 팀장 등으로 칭한다. 그리고 또 다른 옵션은 업무 관리에 집중하는, 즉 자기 일을 이끄는 IC(individual contributor) 리더가 있다. 나는 조직에 속한 모든 사람은 PM이나 IC리더 중 하나가 되거나 둘 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M은 사람을 이끄는 리더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한 조직 안에서 모든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IC리더는 자기의 일을 이끄는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될 수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상사가 지시할 때, 기계처럼 시키는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일을 이끌면서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고 그 인재를 지켜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좋은 인재들이 가진 공통점은 자기가 하는 일에 의욕을 보인다는 것이고, 그 일을 주도적으로 해낸다는 특징이 있다. 이 두 가지는 연결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누구나 동시에 가지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자신이 선호하고 해보고 싶은 업무가 있더라도 그 일을 주도적으로 해낼 수 있는 위치에 있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일을 이끄는 위치에 있지만 내가 원하는 일이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욕적으로 해낸 성과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의욕은 금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의욕과 주도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좋은 조직문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자기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의 역할을 바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과도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일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서 일하는 시간에 집중하는 것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일에 몰입하느라 시간이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의 뿌듯함은 일할 때 경험하는 행복 중 하나다. 그리고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일하고 난 후에 찾아오는 고단함은 일종의 희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 어려운 일을 고생고생 해가며 마침내 좋은 결과를 얻어냈을 때는 그 과정에서 겪었던 힘들었던 기억이 행복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아마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했다면 그 행복은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 Unsplash의Greg Bul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