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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Dec 01. 2022

일상도 감동의 글이 된다.

관건은 세밀한 관찰에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많은 사람들 중에 내 기억에 크게 남아 있는 사람이 하나 있다. 이 사람은 미국 사람이지만 한국어를 매우 유창하게 하면서 외국인이 잘 모르는 한국어의 세세한 어감 차이까지 감안하여 영어를 알려준다. 서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중년의 아저씨가 유창한 한국말로 영어를 가르쳐 주는 모습이 매우 특이하고 인상적이었다. 한 번은 그가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가서 현지에서 브이로그를 찍은 적이 있었는데, 그 콘텐츠의 내용은 주변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유용한 표현들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즉흥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 내용은 없었고 미국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일상의 표현들을 들리는대로 바로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가 영상을 찍기 위해 준비한 것은 귀를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이 미국인 영어교사는 한국 학생들을 위해 미국 사람들이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영어 표현을 발견할 목적으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의 대화가 훌륭한 수업 자료가 될 수 있듯이 우리의 사소한 일상도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러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놀랍도록 의미있게 쓰는 작가가 비비안 고닉인 것 같다. 그의 책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에는 그의 독특한 에세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가 뉴욕의 거리를 지나며 듣게 된 행인들의 이야기와 그의 이웃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고닉은 자신만의 서사를 풀어나간다. 정식 인터뷰도 아니고 그저 고닉의 시선으로 그들을 관찰하면서 들린 이야기들을 쓴 것이다. 


우리의 삶도 기록되지 않았을 뿐, 매우 훌륭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비록 남들에게 주목받지 못하는 일상의 이야기라 할지라도 자신의 삶의 매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녀의 글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삶에는 진실로 자기 자신만이 알고 있는 순간들이 있다. 공연으로 치자면 텅 빈 객석 앞에서 벌어지는 일인극인 것이다. 당연히 대사는 모조리 독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이 연출가이자 배우가 되어서, 혹은 작가가 되어서 그 이야기들을 풀어가기 시작하면 거기에는 새로운 의미가 담길 수 있다. 지금도 그러한 이야기들은 각자의 삶에게 진행되고 있다. 일기장에 아무렇게나 끄적이는 것과 달리,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일종의 자서전이 된다. 그런데 자신의 이야기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자신이 느낌 감정을 실어 쓰게 되면 그게 에세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특별하지 않다는 건 가치없다는 말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라서 관심받지 못하고 어떤 의미도 부여되지 않는 특징이 있지만 그러한 순간에도 스스로 의미있게 여긴다면, 삶이 더욱 풍요로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한때 인생에서 흔치 않는 기회를 붙잡고, 그런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자연스레 일상에서 겪는 평범한 일들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고, 내 주변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매일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 소중하고, 매일 먹는 끼니가 소중하게 생각되고, 매일 보는 얼굴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이 책이 그런 일상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주로 담고있는 건 아니지만 그녀가 쓴 글을 통해 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Photo by Jill Hey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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