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차를 썼던 이유

주말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by 서규원

# 딸과 아들

성별이 다른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딸은 엄마가, 아들은 아빠가 챙겨줘야 할 때가 있다. 최근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 수영복을 챙겨 입고, 혼자서 샤워도 하고 해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은 처음에 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 함께 배우는 형이 조금 도와줬다고 한다. 그래서 씩씩하게 잘 다니고 있다고 안심을 했다.


우리 아들은 하루동안 있었던 모든 일들을 다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 날 이야기하지 못한 일들은 나중에라도 생각이 나면 꼭 이야기한다.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들도 이야기했는데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후로 샤워를 하는 것에 대해서였다. 우리 아들은 샤워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다른 형들이 먼저 씻고 자기가 사용할 차례에 꼭 뜨거운 물이 나오질 않아서 찬물로 씻었다는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누나와 엄마가 말로 아무리 샤워기 온도조절 방법을 설명해줘도 아들은 자기가 이미 다 해본 거라고 항변할 뿐이었다.


이 이야기를 나는 퇴근하고 난 후에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점점 날씨도 쌀쌀해지려던 때라 온수 샤워는 꼭 필요했다. 더군다나 샤워실 관리하는 분을 아들이 무서워해서 그 분께 부탁하는 것도 거부하고 있던 터였다. 전에 바닥에 물 흘리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지적을 했던 것이 그런 영향을 준 것 같았다. 나는 퇴근 후에 가도 시간이 늦어서 내가 직접 알려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말에 함께 수영장에 가보기로 약속을 하였다.


다음 주말까지 아들은 두 차례 수업이 남아있었다. 나는 아들이 혹시 또 찬물로 씻게되어 힘들어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말도 못하고 눈치 보면서 여러 샤워기를 이동해 봐도 찬물만 나와서 그냥 대충 씻고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가만히 주말까지 기다리기 힘들었다. 그래서 오후에는 휴가를 내서 집으로 갔다. 수영장 샤워실에 함께 들어가 수 온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직접 해볼 수 있게 해주었다. 수영장 안에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이제 더 이상 찬 물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되어 안도가 되었고, 약간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8세의 수영





어쩌면 별 게 아닐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아이의 불편을 덜어주고 아빠가 함께 해결해준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나의 아버지가 내게 그러셨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음에 마음이 조금 몽글몽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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