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하철을 탈 때, 같은 칸 안에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반가움을 느낀다. 어떤 대화도 없을 뿐더러 눈길조차 주지 않지만 한 공간안에 함께 읽는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에서 내가 자주 보인 모습은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이동전화 속 화면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는데, 책을 가까이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기분이 든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 해도 관계없다. 나는 실제로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 때문에 더 책을 읽을 힘을 얻기 때문이다. 나는 암묵적으로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나의 동지로 인식하는 것 같다.
습관에 관한 책 가운데 가장 명저라고 생각하는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서는 미국에서 촉발되고 확산된 흑인 인권 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틴 루터 킹 이라는 탁월한 지도자가 있기도 했지만, 나라를 뒤흔드는 대규모 운동이 되기까지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의식의 습관을 어떻게 이용했는지가 나온다. 한 지역에 국한된 시위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을 대규모 사회운동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집단에 소속되고자 하는 마음을 잘 이용한 것이다. 교회가 먼저 시위에 참여하면서 그 교회에 소속된 사람들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으며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이전에는 없었던 '평화주의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더해지면서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전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준 운동의 핵심은 '소속감'과 '정체성'이었다.
나는 독서를 더 잘하기 위해서 소속감과 정체성을 이용하고자 한다. 그 방법 중 하나로 나는 스스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나의 동료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엉뚱하긴 하지만 나는 공식적인 이름은 가지지 않은 글로벌한 독서 클럽의 회원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새로운 정체성으로는 '독서하는 사람' 과 '성장하는 사람' 을 합하여 독서로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세상을 뒤흔든 사회운동이 소속감과 정체성을 이용했다면 내 인생을 뒤흔드는 독서도 소속감과 정체성을 이용하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암묵적인 동료를 힘입어 다시 독서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