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에 굉장히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향해 감탄을 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는 발견하기 힘든 창의성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보면 분명 저들은 타고난 능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위의 문장에는 잘못된 사실이 있다. 첫 번째로 창의성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창의성은 타고난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에 대한 많은 창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사례는 앨런 가넷의 책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 잘 설명되어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저자는 먼저 창의성에 대해서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나는 창의적인 생각은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에 의해서라고 믿어왔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이다” 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을 오해하면 창의성에서 1%에 해당하는 영감을 가볍게 여길 수도 있는데, 나는 창의성의 핵심은 영감이라고 생각한다. 100 중에 가장 중요한 1이 바로 영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다. 영감이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만약 영감이 갑자기 떠오른 것이라면 우리는 창의적인 일을 하기 위해 영감이 우연히 떠오를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영감은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영감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는 꿈에서 들은 선율을 통해서 ‘yesterday’ 라는 초 히트곡을 만들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역시 창의적인 작품은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야’ 라고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폴 메카트니가 꿈에서 들은 선율을 곡으로 쓰기까지 2년여의 치열했던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창의성의 핵심인 영감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면, 영감도 의도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말일까? 저자는 우뇌와 좌뇌의 역할과 작동 방식 중 특히 우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영감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 할 뿐, 사실은 나름의 처리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우뇌는 일반적인 인식 수준보다 낮은 지점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나중에 답을 생각해내도 우리는 그것이 우뇌가 애써 노력한 결과라는 걸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처리 과정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 앨런 가넷,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187p.
창의적인 생각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더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르는 것인데, 기존에 갖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더 깊은 곳에서 만들어지다가 우리의 의식 수준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창의성의 원료는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에서는 창의적인 작품, 제품, 이론에 기여한 사람들이 보인 공통적인 패턴에 대해서 소개한다. 그리고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도 그러한 패턴을 따르게 되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이 패턴은 4가지로 나타나는데, 이를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네 가지 법칙이라고 부른다. 크리에이티브 커브는 친숙성과 선호도 사이의 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종형의 곡선을 이룬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크리에이티브의 스위트 스폿과 진부점 경계에 위치하여 되도록 그 경계의 왼편에 있으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내놓는 상품들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친숙한 형태를 띠며, 신선함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다.
크리에이티브 커브, 143p.
창의적인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4가지 패턴은 ‘소비-모방-창의적 공동체-반복’ 으로 요약할 수 있다. 창의적인 사람들은 그들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자기 분야에서 방대한 소비를 해왔다. 폴 메카트니가 꿈에서 들었던 예스터데이의 선율도 그가 과거에 들었던 음악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는 그 선율이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새로웠다고 한다. 그래서 지인들에게 그 선율을 들려주면서 혹시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지 물어봤었다. 그 외에도 넷플릭스의 테드 사란도스는 어린시절 DVD 대여점에서 일하며 그곳에서 수많은 영화들을 소비할 수 있었고, 해리포터를 지은 조앤 K. 롤링 역시 어려서부터 수많은 책들을 소비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예는 이 밖에도 수없이 많다. 일단 창의적인 생각은 방대한 정보가 바탕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창의적인 제품들은 최초의 날 것 그대로인 경우가 없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형식과 틀에 맞게 가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제약이 따른다. 그리고 그러한 형식과 틀은 이미 있는 기성 제품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모방’은 내용물을 전체를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물이 담긴 틀을 따라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틀 안에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을 담아야 하고, 자기 것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도 보완재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치열한 과정을 거침으로써 더욱 가치 있는 제품이 나올 수가 있다. 또한, 창의적인 사람들은 ‘고독한 예술가’ 라는 이미지 때문에 철저히 혼자만의 세계에 있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폴 메카트니는 예스터데이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비틀즈 멤버들을 비롯해 주변 지인들에게 계속해서 들려주고 조언을 구하며, 평을 들었다. 그의 그런 과해 보이는 집착과 끈기가 명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런 광기 어린 집착을 받아주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공동체가 있었다.
그리고, 창의성에서 개인적으로 ‘영감’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노력’에 대한 핵심이 네 번째 법칙인 ‘반복’에 있다. 그리고 반복은 반드시 피드팩과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브에서 진부점으로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반복을 통해 제품에 참신한 특징을 추가해줘야 한다. 페이스북이 캠퍼스네트워크와 달리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한꺼번에 새로운 것들을 추가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해가면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비틀즈 역시 그들이 음악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시도들을 했고, 얼마나 이런 시도들을 지속해야 하는지 대중의 반응을 보면서 조절하였다.
위에서 살펴 본 많은 사례들을 통해 창의성이 꽃피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에서 완전히 탈피한 새로운 것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창의성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중이라고 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사랑을 받아야 하는데, 받아들일 만큼 친숙해야 하고, 질리지 않게 새로워야 한다. 이렇게 모순된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지 창의성이 제대로 꽃피게 된다. 그리고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네 가지 법칙을 따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자기의 분야에 대한 소비를 하는 것이다. 충분한 소비가 이루어진 후에야 창의적인 생각이 나올 수 있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창의성이 나올 수 없다. 그리고 자기 분야에서 창의적인 사람들의 제품을 모방해볼 수 있다. 이 모방을 연습 삼아 꾸준히 반복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노력을 기울여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때로는 거주지를 멀리 옮겨야 할 수도 있다. 창의성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운도 따라야 하면,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얻은 위안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올바른 방법을 통해 노력하면 점점 나아질 수 있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천재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기는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창의성은 ‘신비의 영역’이 아니고 처절하게 노력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현실의 영역’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