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서 지대한 영향을 준 4가지 중 2개는 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것은 종이와 인쇄술이다. 지금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책은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책이 종이로 만들어지기 전에는 돌판이나 흙바닥에 써야 했고 지금처럼 갖고 다닐 수도 없었다. 종이가 세상에 나온 이후에도 초기의 책은 많은 분량을 담을 수가 없었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소유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귀한 대접을 받았던 책이 이제는 너무 흔해졌고 모두가 가치있게 여기지만 실제로 찾는 사람의 수는 가치에 비해 덜한 느낌을 받는다.
현재 책은 종이라는 틀을 넘어 디지털 기기의 화면 안으로도 확장되었다. 휴대하기 편리하고 방대한 자료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을 가진 전자책은 종이책만큼이나 널리 확산, 보급될 것이다. 전자책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고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어린 세대들은 전자책을 더욱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어쩌면 이후의 세대들은 전자책 이용 비율이 종이책을 앞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지금의 전자책은 지금보다 더 발전할 여지를 갖고있다.
전자책의 많은 장점과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종이책만이 독자들에게 줄 수 있는 장점은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물리적 한계로부터 나온다. 종이책은 분명 한권의 책에는 그 책의 내용만 담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이것으로부터 그 책만이 책 주인에게 줄 수 있는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 먼저는 그 책이 내 손으로 들어오게 된 경위에 대한 추억이 있을 수 있고, 책을 선물 받았다면 책을 선물해 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책에 남아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책장의 질감과 넘길 때의 소리, 책의 낱장마다 묻은 손때와 나의 흔적들이 모두 추억이 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전자책으로 읽을 때는 결코 느끼지 못할 유익함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이 대세인 시대에도 아날로그는 그 자리를 잃지 않을 것이다. 아날로그가 주는 유익함은 디지털이 갖는 속성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요즘의 독서는 디지털의 편리함과 아날로그만의 유익함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종이 책을 아끼고 전자책을 잘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종이는 결국애는 닳고 썪고 없어지겠지만 그런 한계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