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을 하려면 근거를 대야 한다.
근거에는 출처가 표시되어야 한다.
책을 읽다 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는데 저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가 정확한 출처 표시없이 사용되었을 때다. 나는 출판된 책에 대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익한 정보는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정보를 제공받는 독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정확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근거는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 출처가 명확하게 표기되어야 한다.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선택하여 자기의 주장을 강화함으로써 독자들을 설득한다. 이 때 독자들은 저자가 제시한 근거를 따라 저자의 주장을 이해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저자는 독자에게 성실한 길잡이의 역할을 꼭 해줘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저자의 성실함은 근거의 출처를 얼마나 정확하게 표기하였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독자들은 점점 더 확실한 근거를 요구하게 되었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들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했다. 그리고 때로는 저자의 관점과는 다르게 평가해보고 싶어서 근거의 출처를 추적하여 직접 판단해보고 싶어했다. 이런 독자들의 요구가 거세지다보니 작가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들을 성실하게 모으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실망스런 책을 고르지 않기 위해서는 참고문헌의 출처가 잘 기록된 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적어도 출처가 있는 책들은 저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따라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처가 있다고 모두 훌륭한 책은 아니다. 책 내용은 결국 아는만큼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아무리 출처가 정확해도 관련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읽게 되면 저자의 편중된 의견에 빠질 수도 있다.
만일 자신에게 생소한 분야의 책을 읽기로 했다면, 비슷한 주제의 책들을 2-3권 읽어보는 것을 권한다. 특별히 핵심 주제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하는 책들을 읽고 비교해 보면 좋다. 나는 책에서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는지를 주의깊게 본다. 만일 오직 자기의 주장과 근거만을 이야기한다면, 반대편에 서서 다른 주장을 하는 책도 찾아서 읽어 본다. 이런 관점에서 내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책은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하면서도 반대편의 주장 또한 비중있게 소개하는 책이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균형있는 시각으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작가의 책을 사랑한다. 너무 자신의 주장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그것에 유리한 자료만을 인용하는 경우는 거부감이 든다.
책의 후반부에 있는 참고문헌은 어쩌면 독자들에게 가장 외면받는 부분이지만, 생략할 수 없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독서를 통해 자기 분야에서 대가의 경지까지 이른다면, 책에서 인용한 참고문헌만 보더라도 저자의 의중을 간파할 수 있을 것이다. 인용을 많이 하는 것이 그냥 보기에는 창의성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근거가 약한 주장은 독자들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버림받게 된다. 내가 목표로 삼는 독서의 경지는 참고문헌을 제대로 볼 줄 알아서 그것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간파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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