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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Aug 27. 2019

천천히 읽고 싶은 책

좋지만 아주 재밌지는 않은 책

  속도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금, 독서 또한 다독이라는 목표 아래 빨리빨리 읽혀지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끝내 다 읽히지 않고 중간에 덮어져 버리는 책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 경우에도 책을 읽을 때 집중해서 빠른 속도로 읽는 것 좋아한다. 내가 주로 읽는 책들이 아마도 정보 전달과 그와 관련된 사례들을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것 같다.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책의 경우에도 빠른 속도로 읽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은 보통 자기에게 친숙한 주제를 다루는 책들을 주로 읽게 되, 그런 경우에 글을 눈으로 읽으면서 머리로 이해하는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책을 읽는 것이 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내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주제를 다룬 책을 읽거나 글 자체가 생각할 부분이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경우, 눈으로 읽는 속도와 머리로 이해하는 속도에 차이가 날 수 있어 제대로 책을 읽는 데, 시간이 좀 들게 된다. 책의 저자는 독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맞춰 따라올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적절한 시점에 생각해 볼 거리들을 던져 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서도 다른 길들을 열어둬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관점을 갖도록 돕는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도 틈틈이 쉼표를 두고, 생각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좋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현 시대는 속도가 빠른 것이 큰 장점이다. 어떤 일을 하든지 빠르게 할 수 있으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지식과 정보를 얻는 과정 역시 남들보다 빠르게 할 수 있으면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독서에 있어서도 빠르게 읽는 능력이 있으면 남들보다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읽는 속도 자체를 남보다 월등하게 빠르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빠르게 읽기를 노력하고 훈련한다고 해서 남보다 얼마나 더 빨리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지식은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눈으로 빨리 읽는 것보다 머리로 빨리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야 되고,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양의 독서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독서의 목적이 꼭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고 때로는 천천히 읽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는 독서가 주는 즐거움을 깊이 느끼기 위해 '느리게 읽기'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천천히 문장의 의미를 하나씩 곱씹어 보면서, 그 문장으로부터 뻗어져 나오는 여러가지 생각들에 집중해보고, 작가의 뛰어난 문장들을 음미해보면 어떨까 싶다. 글에는 작가의 사상과 가치관이 담겨 있는데 글을 읽으면서 작가의 마음 속 깊은 생각들을 찾아가 보는 것이다. 이 때 메모를 함께 하면서 책을 통해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해보면 좋을 것 같다. 거기다 분주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한적한 교외의 어느 낯 선 장소에서 좋은 문장들로 가득한 책을 읽어보며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면 삶이 더욱 풍성해질 것 같다. 이런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폭풍처럼 다가오는 진동의 기쁨과는 달리 조용하게 밀려오는 따사로운 햇살같은 느낌일 것이다.



  우리는 성숙해질수록 어떤 작품을 감상할 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그 속에 내재된 의미를 찾고자 한다. 미술관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할 때도 그림을 진지하게 관찰하면서 그 작품에 있는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고, 책을 읽을 때에도 문자적 의미 뿐 아니라 문맥을 통해 감춰진 의미를 찾고자 한다. 책에도 빠르게 읽을 때는 발견하지 못하는 감춰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저자가 사용하는 다양한 비유적 표현들을 생각하고 그 뜻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진정으로 저자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속도의 시대에서 갖는 이런 완속의 시간들이 다시 속도를 올려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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