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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규원 Sep 04. 2019

그의 잔망스런 독서방법

그에게도 독서사우가 있다

  문인들의 서재에 꼭 있어야 할 것으로 지필묵연(紙筆墨硯) 즉, 종이와 붓과 먹과 벼루를 의미하는 문방사우가 있다면, 그의 서재에는 그만의 독서사우가 있다. 평생 책을 사랑했었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안해왔던 그는 최근에서야 누가 보더라도 책을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책을 가까이하고 있다. 그의 책을 향한 편향된 사랑이 시작되면서 과거에 그의 사랑을 받았던 모바일 게임과 유튜브 방송과 대중 음악 등은 천대를 받고 있었다. 가끔 그것들이 생각이 나긴 하지만 그는 아랑곳없이 다시 책에게만 눈길을 주고 있다. 그는 이제 가족들과 있는 시간이나 일하는 시간, 가끔 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독서하는 그 시간에  그가 독서를 더 재밌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네 명의 친구들이 있다. 그것들이 바로 그의 독서사우다.



  그는 보통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 그의 책상 위에는 다양한 책들이 쌓여 있고, 눈 앞의 책꽂이에는 그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책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선택된 책은 그가 주로 이용하는 전용 독서대에 올라탈 수 있게 된다. 그의 첫번째 독서 친구는 독서대이다. 그는 그의 책상 옆에 화이트보트를 겸할 수 있는 자석으로 된 대형 독서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 있다는 (다이소) 매장에서 2,000원에 산 가벼운 독서대도 이용한다. 집에서는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 독서대를 이용할 기회가 적지만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용할 수 있도록 작은 철제 독서대를 준비해뒀다.


책장에는 대부분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이 꽂혀 있다. 빨리 읽고 싶지만 속도가 잘 안난다.
책상 옆에 설치된 큰 독서대는 책을 읽을 때도 사용하지만 내 몸을 숨기기에 더 적합하다. 아이들의 사진은 늘 내게 힘을 준다. '독서의 역사'는 지금 느리게 읽으며 즐기고 있다.
다이소에서 산 2,000원짜리 독서대. 가성비는 참 좋다. 혹시 물리학이 처음이신가요?



  그는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설 때면 그의 검은 가방 안에 그가 출근 길에 읽을 책을 넣는다. 알르토 망구엘의 [독서의 역사]는 요즘 그가 출근길 지하철에서 주로 읽는 책이다. 독서에 대한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높은 식견 및 뛰어난 문장들을 읽을 수 있어 그는 최근 그 책을 느리게 읽고 있다. 책을 읽다가 느이 오는 구절이 있으면 가방에서 인덱스 탭을 꺼내 그 구이 있는 페이지에 붙여 놓는다. 그는 최근 한 유투버가 포스트잇이나 인덱스 탭 대신 북다트(book dart)를 사용한다는 영상을 보고 알라딘 매장에서 비슷한 것을 구매했다. 이렇게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부분을 표시할 수 있는 인덱스 탭과 북다트가 그의 두번째 독서 친구다.


왼쪽이 인덱스 탭, 오른 쪽이 요즘 내가 사랑하는 비틀즈 북다트이다.
인덱스 탭과 달리 북다트는 사용해도 크게 표시가 안난다.



  인상깊은 곳에 북다트를 꼽고 있던 그는 지하철에서 내릴 때가 된 걸 알고 책을 덮는다. 책을 덮기 전에 그가 애용하는 자석으로 된 책갈피를 마지막 읽던 책장에 붙인다. 북다트가 책에 한번 꼽히면 자리를 옮기지 않는 것과 달리 책갈피는 그의 눈동자와 함께 이동하고 때로는 다른 책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 그는 읽는 책마다 다른 종류의 책갈피를 붙여 놓는다. 자석형 책갈피가 그의 세번째 친구인데 자석으로 되어 있다는 것 외에 북다트와 용도는 비슷하다.


북다트보다는 크기가 크고 눈에 띈다. 얼마 전부터 자석에 대한 사랑이 커지고 있다.


  그는 사무실에 도착해서 다시 책을 읽기 전까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다.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자 평소처럼 혼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연필 꽂이 옆에 숨겨 둔 마지막 친구를 꺼내어 오른손 둘째 손가락에 끼운다. 그 친구는 책장과 손가락 사이에서 마찰력을 증가시켜 책장이 잘 넘어가게 해준다. 네 번째 친구를 사용하 독서를 하면 스스로도 너무 잔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사람에게는 들키고 싶지가 않은  소중하지만 은밀한 친구다. 그의 이름은 골무다.


골무도 색깔별로 크기별로 있다. 손가락이 건조해서 책장이 안넘어갈 때 사용하면 좋다.


  그의 독서 친구 4총사는 자기의 역할을 잘 해오고 있다. 그런데 가끔 그는 친구들에게 휴식을 주기도 한다. 바로 전자책을 읽을 때다. 한동안 종이책에만 꽂혀 살던 그가 가끔씩 두꺼운 벽돌책을 읽을 때는 전자책을 갖고 다닌다. 사용빈도가 높진 않지만 독서를 효율적으로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구의 친구'이다.


요즘에도 파는지 모르겠다. 무려 교보 SAM


그의 잔망스독서를 계속 응원해 달라.

  


photo by Russ War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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