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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이 적군이 되는 상황

현재 우리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우리의 형질들

by 서규원

우리 몸은 주변 환경과 여러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 보호하려는 수단들을 갖추고 있다. 이런 방법들을 원래부터 갖고 있었는지, 아니면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의 결과로 얻게 된 것인지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 인간들은 환경에 굴복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어려움들을 극복해가며 지구 상에 가장 뛰어난 종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 개개인이 갖고 있는 공통된 특징들이 인류의 조상에게서 전해져 온 것들이라고 믿는다. 특히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4가지 특징은 과거에는 인간들이 지구에서 멸종하지 않고 많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줬지만, 현대의 사람들에게는 가장 위협이 되는 특징이 되고 있다. 그 4가지 특징은 식욕과 갈증과 두려움, 그리고 지혈 능력이다. 이 특징들에 맞춰 우리 몸도 작동하고 있고, 오랜 시간이 지나 환경이 바뀌었지만 우리 몸의 체계는 과거의 방식대로 작동하고 있다.


분명 인간들은 숱한 환경변화를 겪었고, 그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형질들을 얻으면서 수많은 돌연변이 현상을 경험했지만, 위의 네가지 특징에 대해서는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동일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리 골드먼의 책 [진화의 배신]에서는 자연선택에 의해 살아남는 유전 형질은 종족의 보전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말한다. 즉, 위의 네가지 특징이 인류의 종족 보존에 가장 중요한 특징들이었다는 것이다. 식욕과 관련된 특징은 한꺼번에 많이 먹는 습성으로 나타난다. 과거 우리 인류가 수렵과 채집에 의한 방식으로 살아갈 때는 음식을 먹을 기회가 하루에 한번 정도뿐이었다. 운좋게 사냥에 성공해서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주변의 나무 열매 정도 먹을 수 있었는데 음식을 저장해서 먹을 수 있기 이전에는 최대한 많이 먹어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러한 특징이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되고 이런 형질은 대를 거쳐 자손들에게 계속 전해지면서 언제든지 고열량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현재에도 우리 몸은 음식을 계속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갈증을 느끼고 물을 많이 섭취하게 만드는 형질도 과거 인류의 생활방식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물이 인체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체온을 유지하는 것인데, 인간은 다른 모든 포유동물들보다 더욱 뛰어난 체온 유지 능력을 갖고 있다. 이는 끈기를 바탕으로 한 사냥방식의 핵심이며, 사냥하고자 하는 목표를 끝까지 추격해 지쳐서 쓰러진 동물을 잡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인간의 다리는 가장 오래 달릴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적절한 수분과 염분만 공급해주면 되었다. 또한 과거 인류는 탈수현상에 의한 사망위험이 높았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 유지로 안정적인 혈압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위에서 살펴 본 식욕과 갈증은 우리 몸을 바람직하게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특징이라면, 두려움은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에 대한 대처방법이었다. 인류는 눈앞에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을 단행하기 보다 적당히 타협하고 순응함으로 자신을 보존하고자 했다. 두려움은 곧 위험한 것이 있다는 메세지를 전달해 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위협을 피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과거 인류가 느낀 두려움의 대상은 많은 경우 야생 동물이나 재난에 대한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것이었다. 과거에는 살인을 당할 위험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위험에 대한 감지능력이 발달했고, 두려움이 우리 유전자에 크게 각인되었을 거라고 한다. 폭력과 연관해서 과거에는 출혈에 의한 사망이 높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우리 몸은 빠르게 혈액을 응고하는 특징을 발전시켰다. 특히 출산과 관련하여 산모가 출산 후에 과한 출혈로 인해 사망하는 것은 인류의 보존과 직결된 것이어서 우리 몸은 지혈에 관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작동하게 되었다.


그런데 과거에 인류를 지켜주었던 고마운 형질들이 이제는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현대에 가장 높은 사망원인이 되고 있는 심혈관계 질환은 고열량의 음식을 너무 많이 먹고 과거에 비해 활동성이 많이 떨어진 생활습관으로 인해 발생되는 비만과 연관이 깊다. 우리는 점점 더 높은 열량을 섭취하고 특히 과거와 달리 고탄수화물에 설탕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서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혈당이 높아지면 혈관내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혈전으로 인해 현관이 좁아지면 고혈압이 되고 고혈압은 혈관파열 등으로 이어져 뇌졸중과 같은 심각한 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거기에 과하게 혈액을 응고시키는 특징으로 인해, 혈관벽 복구를 위한 혈전의 생성은 심혈관계 질환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 위험으로부터 인류를 지켜주었던 두려움은 실질적인 위협이 가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증세와 우울증으로 인해 심하면 자살에 이르게도 한다. 이제는 살인에 의한 사망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음으로 발생하는 사망이 더 큰 현실이다.


저자는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의 유전자도 지금의 환경에 맞게 변화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유전자의 변화속도가 환경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유전자의 변화로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가진 형질에도 불구하고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함으로써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일부 개인적인 성공 사례가 알려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노력으로는 우리 앞에 있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많은 과학적인 치료들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하고 있다. 과거에 그래온 것처럼 문제 앞에 굴복당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미리 예방하고 할 수 있는 노력들을 해가면서 공동체가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많은 유익한 정보가 들어 있지만 한번 읽은 것으로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20190919_165418.jpg 유익했지만 내용 정리가 더 필요한 책





Photo by Hugo Jehann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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