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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 운동

나중으로 미룰 이유가 없다.

by 서규원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내용이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하더라도 별다른 반박없이 받아들일 수가 있는 편이다. 에세이라는 것이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을 나타내는 글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작가의 의도는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무리 개인적인 경험을 다루고 있는 내용이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력있게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객관성있는 자료가 뒷받침되어 있는 것이 좋다. 그러면 작가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독자들도 작가의 경험에 긍정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벨라 마키 작가의 책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는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불안증과 우울증을 극복해가는 실제 이야기를 다양한 자료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주로 영국에 관한 자료가 많지만 정신질환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실제로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겉으로는 괜찮게 생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도 어쩌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본인도 모르게 병들고 있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고, 나도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지금의 스트레스를 너무 별일 아니라는 듯이 넘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나는 벨라 마키 작가의 경우처럼 강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불안증을 어려서부터 갖고 있었던 것 같다. 학교생활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 나쁜 영향을 끼치진 않았어도 마음 한켠은 항상 불안함을 갖고 있었다. 그게 어떤 생각이었냐면, '이 세상의 종말에 대한 걱정' 때문에 나는 자주 불안해했고,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자주 두통에 시달렸던 것 같다. 그러한 불안함으로부터 어떻게 괜찮아졌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다른 누구에게도 이런 증상들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해내는데 (그 당시에는 그것이 학교 공부였다) 신경쓰느라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항상 내 삶을 이끌어 온 기독교 신앙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신앙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자존감도 높일 수 있고,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의 매일 운동장에서 동네 친구들과 축구와 농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짧은 첫번째 결혼생활이 이혼으로 끝났을 때,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었는데 달리기를 통해 그 최악의 상황에서 서서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녀는 달리기를 평소에 해왔던 것도 아니고, 달리기를 계속 해왔던 사람들에 비해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약간은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의 상황들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공감은 잘 안되었다. 어차피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공감이 안되더라도 그냥 인정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 지하철 타는 걸 무서워하고 자기가 한 사소한 실수 때문이 가족이 죽을 거라고 믿는 등의 증상들을 나는 내 주변에서 보질 못했으니 공감이 안될 수 밖에. 그래도 그런 고통을 평생 갖고 살았던 저자에 대해 동정의 마음이 들었고 달리기를 통해서 극복해가는 것을 읽으며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정신적 문제로 혼자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특히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면 내가 몰랐던 것에 대해 미안하고 꼭 극복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나는 이 책에서 저자의 경험보다 더욱 관심있게 읽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저자가 인터뷰한 한 남성인데 그는 건강하게 태어나길 기다렸던 아이를 끝내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 일로 그와 그의 아내는 큰 슬픔에 빠졌었다. 나는 아이를 먼저 보낸 아버지의 마음에 공감했고 이 부분을 읽으며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제로 내 주변에는 유산과 사산으로 슬픔을 경험한 부부들이 있고 자기의 손으로 아기를 묻어주고 온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슬픔이 마치 내가 겪은 것처럼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도 같은 경험을 했었기 때문에 그런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질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지금 5살인 딸이 태어나길 기다리면서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매일 기도했었다. 특히 조산의 위험이 있었을 때 우리 부부의 바람은 더욱 간절했었다.



마이클과 레이첼은 사산아를 낳았다. 마이클은 내게 말했다. "다들 나한테 레이첼이 괜찮냐고 물었어요. 내가 괜찮은지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내가 마음 굳게 먹고 레이첼을 지켜줘야 한다더군요. 그래서 정신이 피폐해졌어요.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망가졌죠. 간단한 일도 하기 싫어지고 자꾸만 숨어서 울고 싶었어요. 부끄러워서 어디 말도 못하고요"
유감스럽게도 마이클과 같은 비극을 겪는 사람이 드물지 않다. 사산과 유산의 아픔을 겪은 부부를 지원하는 단체인 샌즈는 대부분의 관심과 도움이 어머니에게 쏠리는 상황에서 아버지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224p.



이클은 아기를 먼저 보내고 충분한 위로를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는 곧바로 슬픔에 빠진 아내를 위로해야만 했고 다른 사람들도 엄마를 위로하는 것은 했어도 아빠를 위로하는 것은 신경쓰지 못했던 것 같다. 이 부분에서 나도 같은 이유로 눈물흘렸던 과거가 떠올랐고 마이클과 달리 나는 다른 사람들의 위로를 받았었지만 나는 아내가 더 슬플 거라는 생각에 내 마음을 돌보지 않았던 것 같다. 마이클은 다행히 달리기를 통해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고 아이를 위해 같은 슬픔에 처한 사람들을 도울 목적으로 모금을 하였다. 그의 이야기는 그가 만든 블로그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참고 https://kylesdaddy.wordpress.com/






우리는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정신적 문제를 갖고 산다. 저자는 문제를 무시하거나 혼자 싸우지 말고 다양한 극복방법들을 찾아서 실천해보라고 한다. 그녀가 말하는 법들에는 상담과 정신과 치료와 운동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 효과는 다르지만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운동은 최근 정신질환의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운동은 이제 신체 건강 뿐 아니라 정신건강을 위해 꼭 해야 할 활동이 된 것이다. 꼭 그 운동이 달리기일 필요는 없다. 몰입해서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어떤 운동이든 괜찮고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더욱 좋다. 자기의 삶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 딱 맞는 종목을 찾아 운동하는 사람이 모두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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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마키,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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