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다닌 초등학교에는 여러 종류의 동상이 있었다. 운동장 한 쪽 구석에는 여러가지 동물 모양의 동상이 있었고 그 중에서 높이가 높아 초등학생이 오르기 힘든 코끼리와 낙타가 승부욕을 자극하여 마치 그 위에 올라가면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은 성취감을 느끼곤 하였다. 그리고 학교 건물 앞에는 반공소년 이승복의 동상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있었다. 이 동상들은 당시의 학교가 무엇을 중점적으로 가르치려고 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종대왕 동상은 어느 학교에서나 전해 내려오는 괴담의 주요 소재가 된다. 내가 졸업한 학교의 세종대왕도 보름달이 뜨는 깊은 밤이 되면 항상 피눈물을 흘리시고 아침이 되면 피눈물 자욱없이 원래대로 돌아오시곤 하셨다.
초등학교에 세종대왕을 기념하는 동상이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학교가 만약 무예를 가르치는 기관이었다면 광개토대왕의 동상이 있었을텐데 학교는 기본적으로 글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수업에 글로 적힌 교재가 있었고 그림이나 시청각 자료는 보조수단이었다. 평가 방식 또한 글을 이용한 방식이 기본이었다. 한글을 창제케 하고 집현전을 운영하도록 한 세종대왕은 우리교육의 가장 중요한 인물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인상적인 동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함께 책을 읽고 있는 여성과 아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나와 친구들은 그 문구를 문자 그대로해석하여 책 속에는 길이 없다고 말하고 다녔다. 지금에 와서야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알베르토 망구엘의 책 [은유가 된 독자]에서는 독자를 여행하는 사람으로 비유하는데 책을 읽은 것을 세상을 읽는 것으로 비유하며 삶을 살아가는 것이 곧 여행하는 것에 비유가 되고 독서가 곧 우리의 인생과 매우 닮아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독서와 여행과 삶은 같은 것이며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정말 명언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런데 우리 삶이 모두 다르고 걷는 길도 다르며 읽는 책도 다르기 때문에 사람마다 자신의 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삶의 여정이 계속 되는 것처럼 우리의 독서도 계속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독서를 멈추는 것은 골목길로 들어서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와 같으며 우리가 평소에 독서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갖추지 못하면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를 멈추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