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살다 보면 어떤 벽은 너무 단단해 보여서

by 현월안




살다 보면 어떤 벽은 너무 단단해 보여서 사람을 좌절하게 만든다. 두드려도 울림이 없고, 고개를 들어 봐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 앞에 서 있으면 삶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존 케네디 툴에게 그 벽은 출판사였다. 그는 글을 써서 원고를 가지고 출판사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세상은 그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했고, 그는 그 벽을 열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남긴 원고는 사후에 문을 열리고 베스트셀러가 됐다. 기회의 문이 너무 늦게 열린 문이었다.



조앤 K 롤링 앞에 서 있던 벽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혼, 가난, 생활보조금, 어린 딸. 열두 번의 출판 거절은 충분히 마음을 꺾을 만했다. 하지만 그녀는 벽을 두드리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벽이 또 다른 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았다. 그 믿음은 킹스크로스 역의 단단한 벽을 통과하는 상상이 현실이 되었다. 아무도 믿지 않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았다는 것에서 그녀는 이미 마법사였다.



두 이야기는 흔히 성공과 실패의 대비로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한 사람은 비극으로, 다른 한 사람은 신화로 남는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훨씬 고통스럽고 복잡하다. 툴이 부족했고 롤링이 강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누구라도 벽 앞에서 무너질 수 있다. 버티는 힘은 재능보다 운에 가까울 때도 많다. 흔히 성공한 사람의 끈기를 응원하면서, 끝내 버티지 못한 사람의 고통에는 쉽게 침묵한다.



'나는 안 될 거야',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맞아', '이건 내 몫이 아니야'라는 생각들은 누구나 쉽게 하게 된다. 그렇게 벽은 언젠가 문이 될 가능성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문은 스스로 문이라 믿는 긴 기다림을 견디는 사람 앞에서만 열리기 때문이다.



비관만 하는 처지는 기회 속에서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고 낙관을 하는 이는 어려움 속에서 기회를 본다. 그러나 이 말을 단순한 긍정의 주문이 아니다. 낙관은 무작정 웃는 모습이 아니라, 절망의 한가운데서도 의지를 멈추지 않았고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라는 질문, '다른 방향은 없을까'라는 미세한 의심이 바로 희망이었을 것이다.



삶을 돌아보면, 벽이라고 믿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던가. 나중에는 뒤늦게 또 출구였음을 알게 된다. 실패했던 선택이 방향을 바꾸게 했고, 좌절했던 때가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때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어려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모든 벽이 문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듯, 세상은 공정하지 않고, 노력은 언제나 보상받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아는 것 또한 성숙이다.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것은, 포기하는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삶은 재능도 중요하지만 끝까지 버티는 뚝심이 중요하다. 끝까지 간 사람이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중간에 멈춘 이는 그곳에 이르지 못한다. 저마다 모두 각자의 킹스크로스 역 앞에 서 있다. 누군가는 벽을 만져보고 돌아서고, 누군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걸어간다. 결과는 다를 수 있지만, 그 한 걸음이 삶을 철학으로 바꾸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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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앞에 서 있는 벽은 무엇인가. 그것이 정말 막다른 벽인지, 아니면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문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는 선택할 수 있다. 위기 앞에서 등을 돌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문일지도 모른다는 믿음을 품고 한 발 더 내딛을 것인가. 삶은 늘 그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이 쌓여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