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먼저 도착한 하얀 질문
눈이 내린다
생각보다 먼저 도착한 하얀 질문이
소음의 지붕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앉는다
대답을 재촉하지 않는 질문,
그저 덮어두고 기다리게 하는 질문
하얀 눈은 비움의 모습을 하고 와
가려야 드러나는 것임을 알려준다
서둘러 꿰맨 하루의 흉터는 둥글어지고
잠시 하얀 세상에서 숨을 고른다
하얀 눈은
포근하게 내려앉아
자마다의 무게만큼
기대어 있으라고 말할 뿐,
그래서 삶은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일임을
하얀 침묵이 고요하게 던져준다
차가운 것이 따뜻해지는 순간은
살가움에 닿을 때다
땅에 닿아 길이 되고
손바닥에 닿아 물이 될 때
막힌 것이 풀리고
스르르 녹는다
도시에 하얀 숨결이 닿으면
신호등의 조급함도
시계의 초침도
잠시 고요해진다
빨리 달려온 마음은
그 하얀 속삭임에
시간을 놓는다
눈은 차별 없이 내린다
기쁨 위에도
슬픔 위에도
그 공평함 앞에서
잠깐 균형을 이룬다
하얀 세상은 오래 머물지 않지만
잠깐의 선물로 충분하다
영원하지 않기에
서로를 더 기대고
다시 힘을 얻는다
눈이 내린다
하얀 세상은 조용히 말한다
지워야 보이는 것들을
잊지 말라고
서로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