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깊이 들어 갈수록 참 어렵다
글을 쓰며 종종 내 안의 상처를 꺼내어 쓴다. 아물지 않은 기억과 말하지 못한 이야기와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문장 안으로 흘러나올 때 글은 진하게 힘을 얻는다. 그러나 그 힘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며 어느 정도 아물 테고 기억은 반복되어 흐릿해지고, 감정은 삶의 온기에 적응하며 옅어진다. 그렇게 어느 날, 더 이상 꺼내 쓸 수 없는 시간을 만나게 된다.
통증이 사라지는 것은 아픈 성숙이면서 글쓰기에서는 종종 글감의 사라지는 오해를 하게 된다. 질펀한 이야기를 오래 써본 경험은 그 역설 앞에서 흔들린다. 이제 무엇을 써야 하는가. 더 이상 상처가 아닌 마음으로,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기억으로, 여전히 써야 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글쓰기는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 아직 만나지 못한 바깥을 향해 눈높이를 맞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글, 나만의 문체 스타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치게 확고하면 글은 딱딱한 덫에 걸리고 만다. 익숙한 나의 이야기는 편안하지만 그 편안함은 굳어진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내 속에 굳어진 이야기를 쓰는 것에서 벗어나야 하는 고민에 쌓이게 된다. 진하고 힘든 나의 통증의 언어가 내부로부터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것이었다면, 이후의 글쓰기는 좀 더 멀리 시선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알지 못하고,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사유말이다.
어느 작가는 글쓰기를 '서사적 세상으로 향하는 여행'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세상은 이미 해석된 세상이 아닌 것이다. 사물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고정되지 않는 것의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여전히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알면 알수록 글쓰기는 참 어렵다. 모르는 미지이고 결론을 미리 알고 쓰지 않는 글. 통증을 정의하는 대신 상실의 시간을 함께 걷고, 고통을 분석하고 그 리듬에 사유를 넣는 깊은 깨달음의 은유가 아닐까 싶다.
의미가 아직 불분명한 순간에도 감각은 정확해야 하고, 독자의 시선을 쉽게 놓지 않을 그 고급스러운 호흡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 말하지 않은 여백이 품은 온기. 경직된 진실보다 덜 다듬어진 아름다운 깨달음이 더 진심에 가깝다는 사실을 풀어내는, 투박하면서도 진솔한 이야기 말이다.
나의 통증을 글쓰기의 나를 재료로 삼는다면, 미지를 향한 글쓰기는 세상을 자료로 삼는다. 그것은 아직 닿지 못한 언어일 수도 있고, 타인의 시간과 감정일 수도 있다.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글쓰기의 세상은 넓고 깊다.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은 한계라고 믿었던 글쓰기에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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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글쓰기의 욕구는 넓은 깊은 방향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무언가를 끝내 붙잡는 힘이고 계속 나아가게 하는 감각. 단어를 나침반 삼아 문장을 타고 멀리 가는 일. 나의 지식 경계를 무참히 뛰어넘어야 하고 때로는 그 감각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는 일이다. 삶의 여정에서 이전과는 다른 사유의 위치에서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을 아는 것. 글쓰기는 그렇게, 끝없이 사유를 갈고닦는 외로운 일이다.
미지를 향해 나아가고 나만의 기울어진 문장들 속에서, 또다시 글을 쓴다. 글쓰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내가 감각이 변하지 않고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