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서점은 이제 쉼의 맞춤공간이 되어간다
요즘 사는 일이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경제는 예고 없이 방향을 바꾼다. 요즘 모두는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젊은 세대의 불안은 더 또렷하다. 불안은 이제 마음속의 기분이 아니라, 삶을 운영하는 기본 전제가 되었다.
한때 새해 계획이라 하면 영어 공부나 독서 목록을 적는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 젊은 사람들 계획은 다르다. 다이어리는 촘촘하게 계획을 세워두고 크루와 함께 스터디를 하고 독서를 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꾸어간다. 대충이라는 말은 없다. 삶의 모든 시간 촘촘히 매뉴얼이 있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꼼꼼하게 체크한다. 요즘의 불안을 견디는 방법으로서는 더 나은 계획을 세우고 그 속에는 독서가 있다.
책을 파는 서점의 형태가 요즘 많이 바뀌었다. 책을 사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던 서점에서, 이제는 이용료를 내고 서점에 들어간다. 만이천 원이면 세 시간, 만팔천 원이면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처음에는 좀 낯설다. 책을 읽기 위해 돈을 내는 일이라니.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비용은 종이 위의 활자가 아니라 잘 갖추어진 시간에 대한 지불이다.
유료서점은 한남동의 블루도어북스에서 출발되었고, 이후 점점 다양한 형태로 늘어나고 있다. 어떤 곳은 조용한 집중을, 어떤 곳은 아늑한 공간을 포인트로 내세운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그곳은 책을 소비하는 장소라기보다,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공간이다. 집 대신 잠시 머물며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장소이고, 유료서점은 요즘 수요와 필요의 맞춤 공간이 되어간다.
잘 갖추어진 공간에서 읽는 기쁨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매뉴얼이 완벽해야 안심하는 세대의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 그곳에서는 의자가 대부분 푹신하고, 조명은 은은하게 비추고 소음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고 무엇을 사라고 권하지 않는다. 요즘 불안한 시대의 알맞은 쉼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책방의 입장에서 보아도 유료서점은 현실적인 해법이다. 책이 덜 팔리는 시대에, 공간을 운영하는 일은 생존의 문제다. 상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지닌 서점이라는 공간이다. 누구나 들어가서 책을 훑어볼 수 있다는 개방의 공간이다. 그러나 그 형태가 시대에 맞게 달라지고 있다.
인간은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것에 비용을 지불한다. 시간을 들여야 하고 집중할 곳을 찾게 되고 좀 더 안정되고 조용한 곳을 찾게 된다. 무료였던 것들이 유료가 되고, 당연했던 것들은 예약과 결제를 필요로 한다. 유료서점은 그 변화의 한 단면이다. 그곳에서 책을 읽으며 동시에 나를 읽어낸다. 내가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무엇을 위해 안심을 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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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서점은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이고 또 불안을 잠시 내려놓는 쉼의 공간이다. 잠시 통제된 환경 속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다시 불완전한 삶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서점 앞에서 남은 의문은 여전히 있지만, 그럼에도 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대부분은 알게 된다. 그곳이 여전히 책방인 이유는, 책이 나를 더 나은 질문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