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음 사이트가 변화하는 시기다
카카오가 AXZ(다음)을 업스테이지라는 스타트업 회사에 매각한다고 한다. 포털은 시간의 공간이다. 사람들은 그 공간을 따라 들어와 서로를 만나고, 생각을 주고받고, 세상을 읽는다. 다음 사이트는 그런 공간의 이름이다. 가장 빠르지는 않았지만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장소다. 서둘러 목적지로 달려가라는 신호 대신, 잠시 멈춰 서서 읽고 생각하라는 숨 고르기를 허락하는 곳. 인터넷이 사람의 속도를 닮아 있던 시절의 기억이자, 문장이 사라지지 않는 곳이다.
그러나 그 공간도 변화를 이기지는 못한다. 카카오의 매각이라는 말 그 끝에는 사람의 마음이 남는다. 카카오는 계열사 슬림화 비핵심 사업 정리, 재무 건전성이라는 명분은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는다. 다만 다음을 떠받쳐온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있을 테고, 카카오를 믿고 그 공간을 이용하던 사람들의 시간이 담겨 있다. 회사는 구조조정이라고 하지만 그 간극에서 갈등은 깊어진다.
AXZ(다음)의 매각은 단지 한 기업의 소유 구조 변화이고, 인터넷 문화의 한 장이 접히는 소리다. 1995년의 다음 커뮤니케이션에서 시작해, 포털의 공공성을 실험하고, 댓글과 카페와 블로그로 일상의 문화를 확장했던 공간이다. 2014년 카카오와 합병 이후 잠시 공격적이었다가 검색 점유율 2%대의 낮은 점유율은 서서히 내리막을 걸었고, 이제는 카카오에서 말려나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래도 '업스테이지' 스타트업에서의 인수는 다른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한다. AI로 질문을 바꾸고, 검색은 나열식에서 생성형으로의 전환한다고 하니까 기대해 보아야겠다. 네이버와 구글의 거대한 투톱 사이에서 어떤 전략으로 살아남게 될지 궁금할 뿐이다. 그러나 새로움은 언제나 비용을 요구한다. 포털 운영의 무게를 앞둔 수익 압박과, 스타트업의 속도와 포털의 관성과 기술의 약진과 여전히 존재하는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많이도 궁금하다.
몇 달 전부터 다음 사이트가 심상치 않았다.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리면 종종 다음 사이트에 노출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브런치스토리 글이 다음 사이트에서 전혀 보이질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길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브런치스토리를 계속해야 할지, 멈춰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하지만 잠시 질문을 바꾸어 보자. 왜 글을 쓰는가. 노출을 위해서인가 연결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인가. 브런치스토리는 글을 쓰는 공간의 통로지만, 글을 쓰는 이유는 엄청나게 다양한 이유이고 그것은 생각보다 넓고 깊다. 다음 사이트가 길이라면, 브런치스토리는 방이다. 길이 바뀌어도 방은 남는다. 방 안에서 쓴 문장은 언젠가 다시 길을 만난다. 그 좁은 골목일지라도 뜻밖의 광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큰집에서 작은집으로 이동을 할 테니까 다음 사이트가 많이 축소될 듯하다. 브런치스토리의 입지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쓰는 쪽을 택하고 싶다. 플랫폼이 흔들려고 작은 공간만 주어진다면 늘 하던 대로 일상의 일들을 쓰며 소통하기를 원하다. 브런치스토리가 유지될지의 여부는 개인이 결정할 수 없지만, 오늘의 한 문장을 쓰는 선택은 내가 할 수 있다.
지금은 다음 사이트가 변화하는 시기다. 빠른 성과와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천천히 생각하고 차분히 말하는 글이 어떤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지 묻는 시간. 다음 사이트가 현저하게 축소되더라도 다음 사이트라서 가능하게 했던 시간과 나의 연결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다음 사이트는 새 주인으로 이동하지만 시간과 기억을 통해서 습관처럼 계속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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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도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남긴다. 불안 속에서도 남기는 선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단단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길이 바뀌면 길을 다시 찾으면 된다. 집이 옮겨지면 방을 새로 꾸미면 된다. 중요한 것은 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 다음 사이트가 내게 던져준 공간은 문장을 쓰게 만드는 용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