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봄의 시작을 알린다
긴 겨울이 끝나갈 즈음이면 사람도 자연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 있다. 달력보다 앞서 감각이 반응하고, 말보다 먼저 몸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직 바람은 차고 땅은 단단한데, 공기의 결이 어제와 다르고 빛의 밀도가 미세하게 바뀐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그 변화 앞에서 이제 기운이 바뀌는구나 하고.
봄을 먼저 전해주는 꽃이 매화다. 매화는 봄의 시작을 알린다. 겨울을 밀어내지도 않고, 봄을 앞당기지도 않은 채, 새순으로 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래서 매화의 시작은 시리도록 아프고 더 신비하다.
지인이 가족들과 통도사를 여행하던 중, 매화가 벌써 피기 시작했다고 깜짝 놀라며 사진을 보내왔다. 천년 고찰 마당 한편에서 봉긋하게 솟은 작은 꽃들. 사람의 발걸음과 말소리가 오가는 그 공간에서 매화는 아무 말 없이 그저 피어 있다고.
이미 남쪽 땅에서는 봄의 새순이 트기 시작했다. 아직 겨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곳이 많음에도, 자연은 또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어떤 곳에서는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았고, 어떤 곳에서는 벌써 새순이 번진다. 이런 불균등한 시작은 자연의 알 수 없는 신비다.
흔히 인간은 삶을 계획으로 관리하려 한다. 언제까지 무엇을 이루어야 하고, 어느 시점에 어디에 있어야 한다고 계획을 세우고 다그친다. 그러나 자연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연스러운 속도로 때가 되었을 때 변화한다고. 인간이 완전히 장악할 수 없는 여백을 통해, 순응이라는 미덕을 가르친다. 자연 앞에서 배워야 할 삶의 철학은 어쩌면 바로 그것이다. 앞서지 않되 멈추지 않는 자연의 신비.
아무리 추워도 계절은 바뀌고, 봄은 늘 멀리서부터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움직이고, 매화는 그 신호의 형상이다. 작고 붉은 꽃잎 하나에 담긴 시간과 기다림, 그리고 확신. 겨울을 견딘 흔적을 숨기지 않고, 그렇다고 겨울을 원망하지도 않는 채로 말이다.
~~~~~-----==~---ㄱ
자연이 알려주는 것은 모든 것이 신비다. 조용하게 인간의 삶을 가르치는 듯하다. 인간은 거스를 수 없고 자연의 순환 속에서 따라 걷는다. 매화가 벌써 피기를 시작했다. 기다림이 부끄럽지 않고, 변화가 두렵지 않은 신비. 봄은 이미 시작되었다. 인간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