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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Dec 22. 2023

입이 심심할 때 '굴전'

    요즘 추워밖에 나가기도 그렇고 추울 땐 따뜻한 집이 좋다 집에서 뭔가 입이 궁금할 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 굴전이다 휴일에 시간이 나고 남편이 와인 한잔하고 싶어 할 때, 아주 잘 어울리는 안주가 굴전이다



'굴전 어때?'

'그럴까?'



    남편은 생굴을 아주 좋아하는데 나는 생굴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 비릿한 향을 입맛에 익히질 못했다 그런데 굴을 가지고 전을 하면 얼마든지 맛있게 먹는  굴을 익혀서 먹으면 맛이 달라지고 고소하고 야채와 어우러져 먹기에 딱 먹기 좋은 맛이 된다



    요즘 굴이 한참 나오는 계절이다 지난해보다 올해는 굴이 좀 저렴한 편이다 지금 굴이 나오는 계절에 한꺼번에 많이 사서 냉동에 얼려두고 겨울 내내 먹는다 생으로 보다 미역국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아주 맛있다



    굴을 냉동에 저장해 두고 먹으면 쓰임이 많다 급하게 손님이 오기라도 하면, 얼마든지 고급스럽게 차려 낼 수 있고 식탁을 빛나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에서 나오는 우유라고 할 만큼 영양이 좋다고 하니까 가족들 건강을 위해서 더 챙겨서 먹게 된다



                ♧♧♧♧+++++♧♧♧♤♤♤



    그 옛날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에는 전이 빠질 수가 없었다 모든 야채가 전으로 둔갑을 했던 마법의 손길은 대단한 요리의 자심감이었

큰 철판을 여러 개 걸어 놓고 온갖 야채 전을 만드시던 빠른 손기술 달인경지였다 

무를 잘라서 토막을 만들어 기름칠 용도로 쓰고는, 기름을 슬쩍 두르고 전이 두 번 공중회전을 하면 어느새 뚝 딱! 전 한 장이 채반에 휙 날아가듯 던져진다  나란히 줄 맞추어 가지런히 놓이게 되는, 신기한 숙련된 기술자의 손놀림은 진짜 달인이었다 내가 꼬마였을 때부터 봤던 모습들은 그대로 각인되어 어제일처럼 기억에 남아 있다  기억을 떠올리며 굴전을 만들어 일렬로 가지런히 줄을 맞추어 어설프나마 엄마를 흉내 내고


       (굴전 만드는 법)

소금물을 풀어서 살살 씻고는 소쿠리에 건져서 냉장고에 한 시간 넣어두면 물이 충분히 빠진다

튀김가루 옷 입혀서 계란물에 청양고추, 당근, 홍고추를

채 썰어 넣는다 후추와 소금 간 약간을 해서 지져내면 된다 굴전의 포인트는 물기를 충분히 빼는 것과 계란물에 청양고추를 넣어야 칼칼하고 맛있다는 것




    어느 순간부터 남편과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많던 모임들이 소원해지고 친구들 모임이 재미없어지는 나이가 되었다 가끔이야 한 번씩 만나겠지만 그리 모임에 흥미를 잃어가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생각을 이미 다 알았다는 것, 늘 만나면 같은 이야기가 쳇바퀴를 돈다  나아가 이야기 수준이 퇴보한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를 잃는 일들일 것이다 그들이 나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겠지만 나도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모임이 줄어가는 이유 중에는 다들 아픈 곳이 생기고 한 가지씩 지병이 생겨나서 몸이 말을 안 듣는 원인도 있을 것이다 다들 슬림해지는 시간이 도래했다는 것, 홀로 고독한 시간이 곧 마주한다는 뜻이다

어느 순간부터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쉬는 휴일이면 시장보기든 뭐든 남편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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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과 굴전을 앞에 두고 와인 한잔을 마시며 자식들 이야기, 건강에 힘써야 한다는 것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종이 신문을 구독하며 꼼꼼하게 읽는 습관을 가진 남편이 이젠 이야기꾼이 되었다 어느 분야든 재미있고 쉽게 들려주는, 이제는 하산해야 하는 이야기꾼이다 한참을 듣고 있으면 들을만하다는 것과 점점 두 아줌마가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수다를

그러고 보면 남편과 참 많은 시간을 함께 그래도 가장 내편이 되어주는 사람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맛있다고 얘기해 주는 사람이다

인생은 서로의 빛이 마주 할 때 행복이라는 듯이,

어느 휴일 굴전에 와인 한잔으로  그렇게 우리의 하루를 그려 넣는잔잔하게 스며들듯이 그려가는 것이 보통의 인생이 아닐까 싶다 나이 들어가면서 기까이 있는 사람의 중함을 알게 되는 요즘이다



겨울의 따사로운 빛이 거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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