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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Dec 26. 2023

엄마표 '손만두' 집에서 만들기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 따라 하기



    올여름 끝자락에 엄마를 여의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종갓집 종부 엄마의 삶은 너무 고단한 삶이었습니다. 엄마가 지나온 시간은 말로 글로 표현하기 조차도 어려울 만큼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찌고, 말리고, 삭히고, 익히고 해야 하는 종갓집 종부로서 일만 하시다가 이 세상 떠나신 것 같아서, 엄마의 한평생 삶이 안타깝고 안쓰러워서 더 힘들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까지 마지막 3년을 언니가 정성을 다해 사랑으로 보살펴서 그나마 다행이었고, 우린 그 시간을 충분히 함께 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했던 3년 안에는 고향을 지키는 남동생 빼고는 3남매가 서울과 서울 근교에 살고 있어서, 한 달에 한 번씩 3박 4일을 시간 내어 엄마를 만났고, 언니의 수고에 고마움을 표시하곤 했었습니다. 엄마와 행복했던 3년은 엄마가 잘하시는 음식을 계절마다 만들어 먹을 수 있었고, 요리기록을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엄마에게 만두는 좀 더 특별한 음식이었어요. 종손인 남동생이 만두를 좋아해서 엄마는 늘 만두를 빚었습니다. 당신이 지켜오셨던 종가를  물려줄 장남과 며느리를 끔찍이도 아끼셨습니다. 솜씨 좋은 엄마는 유별난 장남과 며느리 사랑에 음만 먹으면 만두가 뚝딱 만들어내하셨습니다. 엄마 만두는 보기도 좋고 맛도 좋은 만두였습니다.



    작은 남동생과 언니네를 갔습니다. 엄마의 난 자리는 언니의 몸에 고스란히 남아 몸살로 않아 누웠습니다. 

언니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얼굴이 반쪽이더라고요.

엄마를 모셨던 언니 마음이 그대로 읽히더라고요.

언니집구석구석에 마가 남기고 떠난 향기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한 향기였습니다. 엄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언니네 집에 예쁘게 꾸며놓은 화단에도, 예쁘게 피어있는 동백나무에도 곳곳에 엄마 향기가 물들어 있습니다.




    언니네 집에서 우리는 엄마를 추억하며 만두를 만들었습니다. 기록해 두었던 엄마 요리기록을 들춰가며 그대로 만들어보았습니다.

요리는 재료부터 달라야 하고 재료 준비 할 때부터 예쁘게 해야 맛이 있다고, 만드는 과정도 예쁘고 보기 좋게 하는 것을 엄마는 중요하게 생각하셨어요. 요리는

준비부터 요리라서 눈으로도 먹고, 맛으로도 먹어야 한다는 말씀이셨어요.



                 (만두 만드는 법}

    부추, 파, 청양고추, 오징어, 양배추, 돼지고기, 당면 두부를 으깨서 물기를 빼 줍니다. 양파를 잘게 썰고 소금 간을 해서 물기를 빼 줍니다. (김치만두를 하려면 김치를 잘게 썰어서 넣으면 김치만두가 됨)

썰어 놓은 재료를 섞고 소금, 후추, 참기름, 설탕조금 넣고 간을 맞춰서 소를 준비해 둡니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냉장고에 숙성시켰다가 밀어서 포를 떠서 만두를 만들면 됩니. (손쉽게 하려면 시중에 파는 만두포를 사용하면 됨) 오징어는 데쳐서 잘게 썰어서 넣으면 의외로 시원한 맛이 됩니다.

만든 만두를 찜기를 이용해서 쪄내면 만두가 완성 입니다.



    만두는 한 번에 넉넉하게 만들어서 냉동에 두고 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먹어도 되고, 울에는 쌀떡을 넣고 만둣국을 만들어 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되지요.

언니와 우린 넉넉하게 만들어서 나누어서 가져왔고, 고향집을 지키고 사는 남동생에게도 택배로 보내주었습니다. 그 맛을 보고 남동생이 하는 말이

'엄마 맛이랑 똑같은데? 만둣집 차려도 되겠어...'

엄마 맛이 그대로라고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아마도 하늘에서 엄마가 보고 계시다면 흐뭇하게 지켜보셨을 거예요.



    우린 자주 모여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엄마를 추억하기로 서로가 입을 모았습니다. 자주 언니네를 찾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엄마를 모셨던 언니의 수고에 형제들이 답을 하는 작은 예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린 엄마가 머물던 자리에서 엄마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행복하게 맘껏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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