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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Dec 28. 2023

엄마 맛, '감자 옹심이' 만들기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 따라 하기



    감자는 우리 주변에 있는 친근한 먹거리입니다. 쉽게 구입할 수 있고 가격도 부담이 영양이 가득한 뿌리 식품입니다. 감자는 반찬으로 쓰임이 아주 많아서, 대부분 한 박스씩 사놓고 먹다 보면 끝에는 늘 싹이 나고 처지는 것들이 생기게 되지요. 

그럴 때 딱 맞춤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방법이 감자 옹심이입니다.



    감자는 싹이 좀 나기라도 하면 그 부분을 도려내고 반찬으로 만들어 먹으면 되지만, 싹이 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싹이 번집니다. 싹이 나면 버릴까 말까 하는 고민은 주부라면 누구나 해봄직한 생각입니다. 바로 그때 옹심이를 만들어 먹으면 되지요. 의외로 감자 옹심이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요. 다소 번거로울 뿐입니다. 옹심이의 쫀득한 맛을 안다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또 생각나는 맛입니다. 추운 겨울 눈이 오는 날 따끈하게 만들어 먹으면 쫀득한 맛이 일품입니다.



    그 옛날 종갓집인 우리 집에서는 하지 때 감자를 거두어서 겨울 내내 먹으려고 사랑채 옆에 야트막하게, 사람이 고개 숙이고 들어갈만한 땅굴을 파서 먹거리를 보관했습니다. 감자는 온도에 아주 민감해서 자리만 옮겨놓아도 변화를 시작합니다. 겨울쯤이면 아마 살짝만 포근한 기온이 라도 하면, 그만 싹이 뾰족이 올라옵니다. 감자에서 올라오면 싹을 싹둑 도려내고 엄마는 감자 옹심이를 만드셨어요. 부엌 뒤꼍에 무쇠솥을 걸어 놓고 감자 옹심이를 끓이셨어요. 바쁘게 일하시는 엄마를 도와드리려고, 내가 꼬마였을 때 할머니랑 옹심이 새알을 예쁘게 만들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감자 옹심이 만드는 법)

    감자 눈을 제거하고 상처 난 부분만 손질하고 껍질째 그대로 깨끗하게 씻어 놓고, 믹서기에 걸쭉한 상태로 갈아놓습니다. 아니면 강판에 갈아도 됩니다.

갈아 놓은 것을 볼에 놓고 삼베 주머니에 넣어서 물기가 완전히 제거되도록 꼭 짜줍니다.

삼베 안의 내용물은 따로 용기에 넣고 뚜껑을 덮어서 냉장고에 보관해 둡니다. 삼베 주머니에서 나온 물은 그대로 1시간을 두면 밑으로 감자녹말이 가라앉습니다.

1시간쯤 후에 꼭 짜면서 나온 물은 버리고 그 밑에 하얗게 가라앉은 녹말만 사용합니다. 냉장고에 보관해 둔 삼베 안에 있던 내용물과 녹말을 골고루 섞어서 동그랗게 새알을 만들어서 끓이면 됩니다. 

(새알을 만들 때 시중에 파는 감자전분 100%

조금 넣으면 더 쫀득해요)

감자 옹심이 국물은 멸치, 다시마, 디포리, 건새우, 건명태... 육수를 내고 냉장고에 있는 야채를 넣고,

국간장과 참치액으로 간을 해서 끓이면 완성입니다. 약간 매콤하게 먹으려면 청양고추를 넣으면 칼칼하고 더 맛있습니다.



    감자 옹심이 만들기는 녹말이 갈아 앉아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로운 날 감자 옹심이를 만들어 먹으면 좋습니다. 온 식구가 함께 만들면 더 좋은 시간입니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색다른 맛이고, 옹심이를 파는 전문점보다 더 쫀득한 감자 옹심이를 맛볼 수 있습니다.

감자 옹심이는 한번 만들어보면 계속 끌리 맛입니다.



    종갓집 종부 엄마의 요리가 오늘도 또 나비가 되어, 사뿐히 예쁘게 브런치에 내려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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