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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월안 Jan 05. 2024

엄마표 '부추 손 칼국수'

종갓집 종부 엄마 요리 따라 하기




    글 쓰는 작가들과 우리 집에서 모임을 했습니.

작가들과의 모임은  달에 한 번씩 모임을 하는데, 돌아가며 순번대로 각자의 집에서 만납니. 그날 차례가 되었을 때 집에 사정이 있는 사람은, 조용한 음식점을 정해서 만나기도 합니. 이번에는 나의 차례가 되어서 우리 집에서 만났습니. 

예전에는 음식은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이 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습니.

오랜 세월 함께 한 시간이 쌓여서 편안함이 있고,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시켜서 먹으면 되지' 하는 여유가 있어서 전혀 부담이 없습니.

그런데도 내 차례가 돌아오면 대부분 직접 만들어서 대접을 합니. 종갓집 엄마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처럼 즐겁게 요리를 하지요. 그리고 저는 요리하는 것이 언제나 즐겁습니. 



    이번 모임에 메뉴 부추 칼국수와 수육을 만들었어요. 밀가루에 부추를 갈아서 넣어 반죽을 하고 육수를 맛있게 내어서 조개를 넣고 끓였습니다.

언젠가 한번 만들어 주었는데 맛있다고 다들 얘기해서 이번에도 만들었는데 국수 색깔이 이쁘다고 하고. 다들 맛있게 드시고 행복해하는 표정이더라고요. 

'부추 칼국수 집 차리세요~~' 하시는

경상도 사투리를 찐하게 쓰시는 작가님 덕분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은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기분 좋은지 그 맛에 요리하는 것 같은 기분이지요.



    모두가 작가인 사람들 책이 나온 사람을 축하를 해주기도 하고, 근황을 묻고 삶을 묻는 만남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특정한 책을 미리 정해두고는 그 책을 가지고 토론을 하고, 저자의 깊은 심리까지 들여다보기도 하고, 충분히 넘치게 분석을 하고, 약간의 아쉬운 부분까지 섭렵을 해서 의견을 나누기도 합니다. 모두가 꺼내어 놓는 생각들은 또 다른 생각을 덧입혀 고민하는 시간입니다. 

참 행복한 간들이지요. 한 권을 가지고 토론을 하고, 서로의 생각에 물들인다는 것은, 참 귀한 시간이라는 것을 매번 느끼게 됩니다.



    작가님 중에 자폐를 가진 아들을 둔 작가님이 계십니다. 아주 꼬마 때부터 커가는 과정을 다 보았던 아이인데, 어느덧 성장을 해서 특수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먹는 것이 제어가 되지 않아서 몸무게가 백 킬로가 넘었고, 지능이 7살 정도인데 행동은 점점 난폭해서 작가님 부부가 고생하며 양육을 하던 아들이었는데 그만 지난가을 끝자락쯤에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아들을 떠나보내고 처음으로 모임에 나오신 작가님을 위로하고 보듬어주고, 그 아들을 추억하기도 하고 눈시울을 붉히며 마음으로 함께하는 자리였습니다.

 


    삶이 때로는 진하게 다가오는 때가 있습니다. 때론 너무 버거워서 힘이 들어도 또 힘을 내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삶인가 봅니다. 아들에게 온몸을 다해 헌신했던 그 사랑이 결코 작지 않았다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해주었습니다 어찌 아들을 잃은 그 작가님 맘이 위로가 될까요. 함께 마주 보고 정적이 흐르는 시간을

한참 동안이나 흘러 보내고는, 손을 맞잡고 우린 함께 울었습니다 앞으로도 그 아픔이 희미해질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이 서로의 눈빛으로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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